[길섶에서] 사랑에는 돈이 든다

박성원 기자
입력 2026 09 14 21:26
수정 2026 09 15 00:47
동네 동물병원 대기실. 아내와 초면의 중년여성은 ‘냥이 집사’로서의 노하우를 화제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성은 집에서 16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집 근처 길냥이들에게 밥과 물을 주고 눈비를 피할 곳을 마련해 주다가 어느 날 이사 온 이웃집 여성이 “길고양이들이 너무 싫다”며 관리사무소와 경비실에 항의했다는 것. 혹 길냥이들이 해를 당할까 봐 고심 끝에 전부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고 한다. 고양이들 나이 들면 병원비도 적잖이 들겠지만, 밖에 두고 맘 아픈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며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수의사는 “돈을 좀 들이면 살릴 수 있는데, ‘40만원 주고 사온 고양이를 100만원 수술비까지 써가며 살려야 하느냐’며 돌아서는 주인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고장 난 장난감 버리듯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수의사는 우울증 걸리기 십상이라고 한다.
진짜 ‘가족’이라면 아플 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랑에도 돈이 든다는 것이다. 돈 없다면 사랑할 자격도 없다는 건 아니다. 끝까지 책임질 각오가 없다면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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