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난제 푸는 AI

27면 그래픽 씨날


88시간. 지난주 오픈AI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1만 개를 동원해 수학 최고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정복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인류 200년 동안의 난제가 풀렸을 때 수학계에서 날아온 것은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서명한 항의 서한이었다.

AI 속도 조절 논쟁은 미국 정치권으로 번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진다”며 대응책을 촉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게 먼저”라고 맞받았다.

AI는 원래 난제를 풀라고 만든 기계다. 2016년 구글이 AI로 망막 질환을 판독하는 논문을 내고 신경망 번역으로 통번역 품질을 끌어올렸을 때 세계가 환호했다. 2021년 인실리코 메디슨이 4~6년 걸리던 신약 후보 발굴을 18개월로 줄였을 때 의료계가 들썩였고, 2024년 딥마인드가 50년 묵은 생물학 난제인 단백질 구조 예측을 풀었을 때는 노벨화학상이 수여됐다.

의학, 약학, 통번역 난제를 풀 때 쏟아진 갈채가 수학 앞에서 분노로 바뀐 까닭은 선명하다. 고통의 문제라면 빨리 푸는 것이 능사겠으나, 수학에서는 푸는 과정이 답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학자들은 난제를 정복할 산이 아니라 광맥으로 여긴다. ‘n이 3 이상일 때 xⁿ+yⁿ=zⁿ을 만족하는 자연수 해는 없다’라는 페르마의 정리는 1637년 제시돼 1995년에야 증명됐다. 358년간 푸는 과정에서 타원곡선, 인터넷 암호 기술 등이 파생됐다. 수백 년을 헤매야 얻는 지식을 AI의 88시간이 통째로 건너뛴 것 아닌지, 수학자들은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갈채와 분노가 곳곳에서 교차한다. 회계·법무 전문가의 판단을 대신하는 AI 앞에선 기대와 불안이 엇갈린다. 영상·음악 등 예술적 표현을 통째로 생성하는 AI 앞에서는 경탄과 두려움이 부딪친다.

AI가 사람의 병부터 고쳐 주고, 판단은 그다음, 예술과 수학은 맨 나중이었으면 좋겠다. AI가 같은 생각인지는 지금 아무도 모른다.

홍희경 논설위원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
연예의 참견
여기 이슈
갓생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