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0억 챙긴 ‘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 징역 15년 선고

444개 계좌 동원해 1년간 주가 14배 띄워
검찰 7898억 산정…법원 인정은 1324억원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일당이 2023년 10월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제지 주가를 조작해 78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57)씨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박종열)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1324억 270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 947억 7590만원을 구형했다. 이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20여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6년의 실형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시세조종 전반을 기획하고 주도하면서 필요에 따라 인력을 모집하고 역할 분담을 시켰다”며 “계좌와 자금을 관리하고 총괄하는 핵심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위반 행위로 얻은 모든 계좌와 이득이 이씨의 자체적인 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추징금을 피고인별로 나눠 추징하지 않고, 관리 주체인 이씨로부터 추징한다”고 밝혔다.

이씨 등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444의 증권계좌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영풍제지 주가를 조작해 약 789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영풍제지 주가는 3000원대에서 4만원대까지 약 14배 뛰었다.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 규모는 단일 종목 주가조작 사건 가운데 국내 최대다.

다만 재판부가 인정한 부당이득은 1324억원이었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이 영장 없이 증권사에서 추가로 확보한 거래자료를 위법하다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들이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시세조종 범행을 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 산정에는 2023년 8월까지 이뤄진 거래만 반영했다.

일당 중 일부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총책 이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았다. 2023년 10월 차량을 제공하고 수억원 상당의 도피자금을 전달했으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휴대전화 여러 대를 동원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자취를 감춘 이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4억 8000만원을 건네고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가 2024년 1월 제주도 해상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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