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의 미래완료]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태그플레이션의 유령

학생 시위가 경제난 시위로
근본 원인은 재정 위기
스태그플레이션 추세에 악순환
머지않은 선거 결과에 관심

프랑스의 시위는 애초에는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로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유가 및 생활비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로 성격이 변해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시위가 몇 개의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시위의 성격이 이렇게 확장되고 있지만, 변함없이 문제는 재정 위기라는 동일한 근원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에 다가오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추세와 맞물린 재정 악화의 메커니즘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물론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제시했으며, 인플레이션 또한 같은 기간 4.1%에서 4.7%로 오른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평균 수치의 이면을 봐야 한다. 현재의 성장세가 미국과 중국 등의 인공지능(AI) 투자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유럽의 성장률 전망은 다르게 나타난다. 유로존 성장률은 올해 1.1%에 그칠 전망이고, 1분기 성장률은 겨우 0.1%였다. 유럽연합(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이미 지난 3월에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의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유럽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진입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또다시 재정이 된다.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멈추면 소득을 보전할 유류 보조금과 이전지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프랑스를 위시한 여러 나라가 재정 압박 아래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이는 국채 금리를 매개로 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 이란 전쟁 이후 기름값이 치솟았지만 부채가 사상 최대인 3조 6000억 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해 정부는 유가 보조금을 지출할 수 없는 상황이며 되려 2027년 예산에서 540억 유로를 절감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지출 확대 요구와 긴축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자 10년물 국채 금리는 4.9%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 압박은 더욱 심해지며 지출로 경제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저조한 세수와 지출 증대로 적자가 악화되어 다시 금리를 밀어올리게 된다.

이탈리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수년간 긴축을 진행했고 적자를 GDP 3% 아래로 낮춘 덕에 이번 유가 상승 국면에서 약 28억 유로를 유류세 인하에 쓸 수 있었지만, 부채는 여전히 GDP의 약 139%로 유로존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유가 인하폭은 계속 줄고 있다. 2027년 차량 1450만 대의 자동차세 면제(23억 6000만 유로)도 발표했지만 재원은 불분명하다. 지금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프랑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유가와 물가 상승은 정부의 재정 지출 압력을 높이고,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 금리는 계속 오르게 된다. 금리 인상과 함께 이자 지출의 부담이 커지게 되면 재정 적자는 더욱 확장되며, 시장의 압력과 유럽 국가들 안팎의 여러 재정 준칙은 긴축을 강하게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긴축이 벌어질 경우 가뜩이나 약한 성장은 더욱 위축되며 이는 다시 세수의 축소로 적자를 또 키운다.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시장을 넘어서 사회와 정치로 확대된다. 경제적 고통이 심해지면서 여러 사회 세력들이 행동에 나서게 되며 이는 사회적 저항과 정치 불안을 낳으며, 이것이 다시 시장의 불안을 자극해 또다시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게 된다.

이 고리를 끊어 줄 경제성장의 회복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출구는 성장인데, 세계 성장을 이끄는 AI 투자에서 유럽은 뒤처져 있다.

갈수록 스태그플레이션이 격심한 사회 갈등과 맞물려 금리 상승과 재정 위기를 수반했던 1970년대와 비슷한 양상이 되어 가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모두 머지않아 선거를 맞게 된다.

선거의 결과는 여기에서 어떤 탈출구를 마련하게 될 것인가 혹은 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들어가게 만들 것인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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