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영일만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포항의 다채로운 매력을 찾아 떠나봅니다. 활기찬 파도 소리가 반기는 도심 해변부터 기차가 달리던 철길을 따라 가꾼 녹색 숲길, 그리고 1,500년 전 신라 사람들의 숨결이 깃든 유적지까지 발걸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바다와 도심, 제철소 풍경이 어우러진 송도해변
평화의 여상과 해안 풍경.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포항 여행의 첫 여정은 남구 송도동에 자리한 송도해변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 백사장 너머로 영일만의 맑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시선을 돌리면 포항 도심의 빌딩들과 포항제철소의 거대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이색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한때 백사장 유실로 해수욕장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수중방파제를 설치하고 모래를 다시 채워 넣어 18년 만에 문을 연 역사적인 해변이기도 합니다.
해안 보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그늘 아래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게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백사장 위에 세워진 붉은 조형물과 야자수 모형은 푸른 바다와 멋진 대비를 이룹니다. 특히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평화의 여상’은 송도해변의 오랜 역사를 증언하는 상징물로, 세월의 흐름 속에 훼손되었던 것을 복원해 오랜 피서객들에게 추억의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해변 한편에는 동해의 일출을 형상화한 독특한 전망 시설인 ‘형산강 워터폴리’가 서 있어 현대적인 건축 미학을 뽐냅니다. 해 질 무렵 해안도로 건너편 카페나 인근 송도솔밭도시숲을 거닐다 보면, 바다 건너 포항제철소에서 피어나는 화려한 야경이 해안선에 은은한 낭만을 더합니다.
■ 송도해변(포항) 주요 정보
- 주소: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운하로251번길 34-1
- 문의처: 054-240-7314
옛 철길의 추억과 푸른 쉼터, 철길숲 & 불의정원
철길숲.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바다의 여운을 뒤로하고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길숲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 철도 부지를 울창한 숲과 보행로로 탈바꿈시킨 녹색 휴식처입니다. 산책로 사이사이에 남겨진 옛 철길은 덜컹거리며 기차가 오가던 옛 시절의 기억을 소담하게 전해줍니다. 가로수가 드리운 시원한 그늘 터널을 지나면 부드러운 잔디 언덕과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연이어 나타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실제 무궁화호 객차를 활용해 꾸민 ‘1918 포레일’을 만나게 됩니다. 내부에는 옛 기차 좌석과 승무원 제복, 포항의 역사와 명소를 소개하는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아늑한 기차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산책로 다른 한편에는 특별한 역사를 지닌 ‘불의정원’이 자리합니다. 숲을 조성하던 중 지하 200m에 묻혀 있던 천연가스가 분출하면서 굴착기에 불이 붙어 시작된 이곳은 무려 7년 6개월 동안 불꽃을 이어가며 사랑받았습니다. 2024년 9월 27일 불꽃은 꺼졌지만, 현장에 남겨진 굴착 설비와 안내판을 통해 당시의 신비로운 기록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철길숲 & 불의정원 주요 정보
- 주소: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이로1번길 37
- 문의처: 054-270-3254
천오백 년 신라 사람들의 숨결, 포항 냉수리 신라비와 영일냉수리고분
포항 냉수리 고분 전경.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마지막 목적지는 신라의 깊은 역사를 간직한 북구 신광면입니다. 신광면 행정복지센터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포항 냉수리 신라비’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원래 냉수리에서 발견되었으나 현재는 토성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화려한 단청을 자랑하는 보호각 안에 자연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은 돌의 앞뒷면과 윗면에 총 231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503년 신라 지증왕 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비석은 ‘절거리’라는 인물의 재산 소유와 상속 분쟁에 대해 당시 최고 지배층이 내린 판결을 상세히 담고 있어 신라의 사회 제도와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신라비를 둘러본 뒤 인근 냉수리로 이동하면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 솟아 있는 ‘영일냉수리고분’에 다다릅니다. 이 무덤은 널길과 시신을 안치하는 널방뿐만 아니라 부장품을 보관하는 곁방까지 갖춘 신라 시대 굴식 돌방무덤 구조를 정교하게 보여줍니다. 널방 벽면에 마련된 작은 벽감과 발굴 당시 사진을 안내판을 통해 확인하며, 옛 교통 요충지에서 번성했던 지배층의 삶과 정성스러운 장례 문화를 차분하게 짚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