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시면 무조건 건강?” 수분 과다 섭취가 부르는 위험한 함정 ‘저나트륨혈증’
이병문 기자
입력 2026 09 10 12:02
수정 2026 09 10 12:02
건강 위한 물 섭취, 오히려 독 될 수도…혈중 나트륨 농도 저하 주의
두통·메스꺼움부터 혼란·경련까지,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신경학적 증상
원인과 중증도 고려한 맞춤형 치료 및 개인별 적정 수분 섭취가 중요
류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135mmol/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고 혈액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세포 안으로 물이 이동해 세포가 붓게 되며, 특히 민감한 뇌세포가 부어오를 경우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이 질환은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체내에서 나트륨이 과도하게 소실될 때 발생한다. 이뇨제나 야간뇨 치료제(항이뇨호르몬제) 등 특정 약물 복용을 비롯해 구토와 설사, 신장질환, 심부전, 간경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류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은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 외에도 여러 질환이나 약물, 체액 상태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다고 해서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임의로 수분이나 염분 섭취를 조절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떨어졌는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가벼운 경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두통,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등이 나타나는 데 그친다. 반면 나트륨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혼란, 의식 저하, 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각한 상황에서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기본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시작된다. 이후 혈액과 소변의 삼투압, 소변 나트륨 수치 등을 확인하고 환자의 수분 상태, 복용 중인 약물,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발생 원인을 규명한다. 저나트륨혈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나트륨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치료는 원인, 증상의 중증도, 발생 속도에 맞춰 진행된다. 체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체액이 과도한 상태라면 수분 섭취를 제한하거나 이뇨제를 사용한다. 만약 이뇨제, 야간뇨 치료제, 항우울제 등이 원인이라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제를 조절하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간부전, 심부전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치료를 병행한다. 의식 저하나 경련 등 중증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때는 3% 고장성 식염수를 투여해 혈중 나트륨 농도를 교정한다. 다만, 나트륨 농도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삼투성 탈수초화 증후군이 발생해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검사를 통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서서히 교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알맞은 적절한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며, 질환이나 약물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갈증이 전혀 없는데도 건강을 맹신하며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거나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마시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또한, 장시간 운동이나 야외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는 수분뿐만 아니라 전해질도 함께 적절히 보충해 주어야 한다.
일부 이뇨제나 항우울제 등을 복용 중인 환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며, 임의로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수분 섭취량을 급격히 바꾸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신장질환, 심부전, 간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주치의의 지침에 따라 수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아울러 반복적인 구토나 설사, 식사량 감소 등으로 체내 전해질 균형이 흐트러졌을 때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류세영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한다고 해서 물을 일부러 적게 마실 필요는 전혀 없다”며 “갈증과 활동량에 맞춰 필요한 만큼 수분을 섭취하고, 과도한 양을 한꺼번에 마시는 습관을 멀리하는 것이 현명한 건강 관리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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