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주사, 키가 작다고 모두 맞아야 할까?
이병문 기자
입력 2026 09 13 10:17
수정 2026 09 13 10:17
절대적 수치보다 ‘성장속도’ 중요… 연 4cm 미만 자라면 의학적 평가 필요
저신장 대부분은 질병 아닌 체질적 문제…모든 아이에 치료효과 있는 것 아냐
영양제·건강기능식품 과신은 금물…깊은 수면·규칙적 운동 등 기본이 해답
키와 외모가 하나의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키 성장이 더딘 자녀를 둔 부모는 성장호르몬 요법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 출처= 아이클릭아트
미디어와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키 크는 주사’라는 단어가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외모와 키를 하나의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키가 작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의 성장 패턴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동 성장은 일정한 주기를 따른다. 출생 후 2세까지 폭발적으로 자란 뒤, 사춘기 전까지는 연간 4~7cm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여아는 연 8cm, 남아는 연 10cm 이상 급성장기를 경험하게 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분과 안문배 교수는 부모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로 ‘현재 키의 절대적 수치에만 집착하는 것’을 꼽았다. 안 교수는 “실제 의학적으로 더 중요한 지표는 성장속도”라며 “또래보다 조금 작더라도 매년 정상적인 속도로 꾸준히 자라고 있다면 성인이 되었을 때 정상 범위의 키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같은 성별과 연령대에서 키가 하위 3백분위수(하위 3%) 미만이거나, 1년에 자라는 키가 4cm 미만에 불과하다면 의학적 저신장 기준에 해당하므로 체질적 문제인지 질환에 의한 것인지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점은 저신장 아동의 대다수가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모의 키가 작은 유전적 요인이거나, 또래보다 사춘기가 늦게 찾아오는 체질적 성장 지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질적 지연은 당장은 키가 작아 보여도 결국 정상 범위의 성인 키로 자란다. 따라서 단지 또래보다 작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검사나 성장에 개입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찰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성장호르몬 치료 역시 ‘모든 아이에게 효과적인 만병통치약’이나 ‘부모가 주는 선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의학적 성장호르몬 치료는 결핍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 증후군, 프래더 윌리 증후군, 만성 신부전, 부당 경량아(자궁 내 성장 지연)로 태어나 따라잡기 성장에 실패한 경우, 그리고 특발성 저신장증 등이 주요 대상이다.
안문배 교수는 “가장 흔한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단순 키 백분위 뿐만 아니라 성장속도, 골연령, 혈액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며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을 가진 환아에게는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어 있지만, 질환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에게 치료를 적용한다고 해서 최종 성인 키의 증가를 확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아이 성장을 돕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최선은 무엇일까. 안 교수는 “특별한 비법을 찾기보다 기본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한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깊은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만들어 주고, 뼈와 근육을 자극하는 활동적인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는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성장속도를 정상 범위로 회복하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시중에 범람하는 ‘키 크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 특정 성분이 키 성장에 명확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으려면 오랜 기간 대규모 임상 연구와 과학적 검증을 거쳐 의학 지침에 포함되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입증되지 않은 보조식품이 바른 생활습관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자란다. 또래보다 조금 작거나 크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키와 체중 수치 자체에 연연하며 과도한 불안을 느끼기보다는 아이가 규칙적이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랄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관찰을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