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호출 후 ‘훈남 기사’와 사랑에 빠진 워킹맘…“선 넘었다” 발칵 뒤집힌 이유 [월드픽]
하승연 기자
입력 2026 09 10 17:27
수정 2026 09 10 18:43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Grab)이 운전기사와 승객의 사적인 로맨스를 다룬 웹드라마 광고를 내놨다가 “성희롱과 스토킹 공포를 미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공식으로 사과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랩 싱가포르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12부작 숏폼 웹드라마 ‘그랩 기사와 사랑에 빠졌다’(I Fell In Love With My Grab Driver)를 공개했다.
이는 최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끄는 1~2분짜리 초단편 ‘마이크로드라마’ 형식을 빌린 마케팅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는 남편과 사별한 뒤 홀어머니와 자녀를 홀로 부양하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워킹맘 에밀리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심부름을 위해 호출한 차에서 젊고 준수한 외모의 기사 헨리를 마주친 뒤, 헨리는 에밀리의 일상 곳곳에 불쑥 나타나기 시작한다.
집 문 앞까지 직접 음식을 배달해 주는가 하면, 넘어질 뻔한 에밀리를 한국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낚아채고, 갑질을 일삼는 직장 상사로부터 구해내기도 한다. ‘당신의 그랩 기사가 평생의 사랑이 된다면?’이라는 노골적인 홍보 문구도 내걸렸다.
그러나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광고”라는 일부 호평도 있었지만, 대다수 승객과 누리꾼은 플랫폼 기업이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사적 경계’를 로맨스로 둔갑시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누리꾼들은 “기사가 집 주소를 알고 문 앞까지 찾아오는 건 로맨틱한 우연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 “호출 기사들에게 성희롱당했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는데, 1위 기업이 기사들에게 ‘승객과 호감을 느끼고 만나도 된다’는 헛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차량 호출 기사들의 선 넘은 언행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며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다.
지난 7월 한 유명 크리에이터는 호출 차 안에서 기사로부터 “광둥어 쓰는 여자가 너무 섹시해서 좋다”는 식의 말을 들은 영상을 폭로해 공분을 샀다.
바로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여성 승객이 이동 중 기사로부터 성희롱과 함께 성관계를 요구받았다며 경찰에 정식 고소장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그랩 측은 “드라마 제목과 설정이 이용자분들께 안전에 대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불쾌감과 불안을 드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총 12부작 중 현재 6회까지 공개된 가운데, 그랩은 논란이 된 나머지 회차의 공개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