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 대신 20년 함께한 직원에게”…세라젬 회장의 파격 승계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0 20 15:22
수정 2026 10 20 15:22
20여 년 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이 회사 창업주의 아들이자 후계자가 됐다.
헬스케어 기업 세라젬의 이환성 회장이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이경수 대표이사를 양자로 입양하고 회사 경영권과 지분을 물려주기로 하면서다.
친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법적 자녀로 받아들여 기업의 소유권까지 넘기는 이례적인 승계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세라젬에 따르면 1961년생인 이 회장은 1978년생 이 대표를 지난해 성인 양자로 입양했다. 이 회장에게는 외동딸이 있지만, 딸은 기업 경영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후계자로 선택한 이 대표는 처음부터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물이 아니었다. 2003년 세라젬에 평범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성장한 전문경영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세라젬이 해외 사업에 집중하던 시절 이 회장과 함께 해외 현장을 누비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2017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했다. 이듬해 이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으면서 경영 능력을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당시 세라젬의 국내 사업은 규모가 미미했지만, 이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 수천억원대 사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 관리 의료기기 중심이던 사업을 의료가전으로 확대하고, 카페와 제품 체험 공간을 결합한 ‘웰카페’를 도입한 것도 이 대표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 대표는 2022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약 19년 만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결정은 대표이사 선임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영을 맡기는 것을 넘어 아예 회사를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세라젬은 “2~3년 정도 승계 문제를 고민했고, 지난해 초 이 대표에게 양자 입양에 관한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양측 가족 간 협의와 합의를 거쳐 지난해 입양 절차를 마쳤다. 올해는 이 회장이 보유한 세라젬 지분 가운데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이 대표에게 증여하면서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성인 입양은 이번 승계의 핵심이다. 민법상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법적 지위를 갖는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단순히 주식을 증여받는 전문경영인을 넘어 이 회장의 법적 상속인으로서 향후 상속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이 보유한 세라젬 지분은 지난해 공시 기준 60.5%에 달한다. 상당한 지분이 여전히 창업주에게 남아 있는 만큼 소유권 승계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라젬 측은 이번 결정이 세금 혜택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회사 규모에서는 관련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세제 혜택과 관계없이 입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자 입양을 통한 승계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안정성과 경영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라젬은 앞으로 기업 성장과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분 승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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