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먹어야지” 남은 밥 먹었다가…간 이식 위기 [라이프]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0 15 16:59
수정 2026 10 18 20:16
건강하던 20대 남성이 실온에 밤새 둔 밥을 다시 데워 먹은 뒤 의식을 잃고 간과 신장 기능까지 손상된 사례가 보고됐다. 원인은 가열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식중독 독소로, 남은 밥을 보관하는 방법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MC 로테르담 대학병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BMJ 증례보고(BMJ Case Reports)’에 부적절하게 보관한 쌀밥을 섭취한 뒤 다장기부전이 발생한 20대 남성의 사례를 발표했다.
특별한 지병이 없던 이 남성은 전날 조리한 쌀밥 요리를 주방에 그대로 뒀다가 다음 날 다시 데워 먹었다. 당시 주방 온도는 30도를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식사 후 몸 상태가 나빠져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아침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전신 발작과 심각한 저혈당 증세를 보였으며 병원 검사에서는 급성 간부전과 신장 손상까지 확인됐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의료진은 긴급 간 이식을 검토했다. 남성은 포도당 투여와 투석 등 집중 치료를 받은 끝에 간과 신장 기능을 회복했고, 다행히 이식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의료진이 남은 음식과 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두 검체에서 모두 ‘세레울라이드(cereulide)’라는 식중독 독소가 검출됐다.
세레울라이드는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의 일부 균주가 만들어내는 독소다. 이 균은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존재하며 쌀을 비롯한 농작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일부 균주는 열에 강한 포자를 형성해 조리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후 밥을 실온에 오래 두면 세균이 증식하면서 독소를 생성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독소가 열에 강하다는 점이다. 밥을 다시 볶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우더라도 이미 생성된 독소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바실러스 세레우스 식중독은 대개 구토나 설사, 복통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하루 안에 호전되지만, 이번 사례처럼 급성 간부전과 다장기부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게 보고된다.
다만 이번 연구는 환자 한 명의 치료 경과를 분석한 증례보고로, 실온에 둔 밥을 먹은 사람 가운데 중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밥은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조리한 밥을 가능한 한 빨리, 되도록 1시간 이내에 식혀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고 24시간 이내에 먹도록 권고한다. 냉장 또는 냉동한 밥을 다시 먹을 때는 전체가 충분히 뜨거워지도록 가열하고, 재가열은 한 번만 하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장시간 방치하지 말고 5도 이하에서 냉장 또는 냉동하거나 60도 이상에서 따뜻하게 보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밥뿐 아니라 피자, 파스타, 샌드위치 등도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치즈나 육류 등 상하기 쉬운 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실온에 오래 두면 세균이 증식할 위험이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음식을 실온에 2시간 이상 두지 말고, 기온이 32도를 넘는 환경에서는 1시간 이내에 냉장 또는 냉동하도록 권고한다.
남은 음식은 작은 용기에 나눠 빠르게 식힌 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완전히 식을 때까지 몇 시간씩 실온에 두거나, 밤새 방치한 음식을 다시 데워 먹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특히 실온에 오래 둔 음식은 냄새나 겉모습에 이상이 없더라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미 독소가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아깝더라도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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