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도둑맞았다” 외치자 집단폭행…80명 이상 숨졌다 [월드픽]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09 13 05:57
수정 2026 09 13 05:57
모잠비크서만 6주간 55명 희생
낯선 사람이 어깨를 건드리자 자신의 성기가 사라졌다고 외치자 순식간에 몰려든 군중은 접촉한 사람을 ‘성기 도둑’으로 지목해 집단 폭행한다. 이처럼 황당한 괴소문이 아프리카 곳곳에서 실제 살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BBC 글로벌 허위정보 분석팀이 아프리카 6개국 경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른바 ‘성기 절도’ 고발과 관련한 군중 폭력으로 8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괴소문의 내용은 악수하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등 신체 접촉만으로 상대방의 성기를 축소하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접촉 직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성기를 도둑맞았다”고 외치면 주변 사람들이 지목된 사람을 에워싸고 폭행하는 식이다.
물론 실제로 성기가 사라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케냐 수사당국과 의료진이 관련 신고자들을 검사했지만 신체 손상이나 해부학적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일부 지역에 존재했던 미신은 틱톡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성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이나 특정 지역에서 조심하라는 경고, 군중이 용의자로 몰린 사람을 폭행하는 영상까지 공유되면서 공포를 키웠다.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모잠비크다. 현지 경찰은 지난 5월까지 6주 동안 관련 폭력으로 5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희생자 중에는 의료진과 공무원, 경찰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잠비크 보건당국은 관련 신고자들을 검사했지만 성기가 축소되거나 사라졌다는 의학적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당국은 의사와 법의학자, 정신과 전문의, 심리학자 등으로 조사팀을 꾸리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괴소문을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말라위에서도 같은 괴소문으로 촉발된 사적 제재로 8명이 숨졌다. 케냐 해안 지역인 콸레와 몸바사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경찰이 폭행 가담자와 선동성 콘텐츠 유포자들을 잇달아 체포했다.
탄자니아의 정비공 보니페이스 음갈라도 괴소문의 희생자였다. 한 사람이 음갈라를 향해 자신의 성기를 훔쳤다고 외치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그를 폭행했다.
음갈라는 BBC에 “누군가 ‘성기를 훔쳤다’고 소리치자 엄청난 인파가 몰려왔다”며 “도망칠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머리에 심한 흉터가 남았다.
같은 지역에서 ‘성기 도둑’으로 몰린 또 다른 남성은 군중에게 구타당한 뒤 불에 타 숨졌다. SNS에는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에워싸고 폭행하며 “성기를 돌려달라”고 외치는 영상도 확산했다.
괴소문이 단순한 미신을 넘어 범죄에 악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케냐 수사당국은 일부 범죄 조직이 누군가의 성기가 사라졌다고 거짓말해 군중을 선동한 뒤, 혼란을 틈타 행인의 물건을 훔친 것으로 보고 있다.
몸바사 당국은 관련 신고를 조사했지만 실제로 신체 일부를 잃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휴대전화 영상을 분석해 가담자를 추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오래된 주술적 믿음과 SNS의 확산력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 머물렀을 소문이 자극적인 영상과 함께 국경을 넘어 퍼지면서 비슷한 공포와 폭력을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일부 증상은 ‘코로 증후군’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로 증후군은 성기가 몸 안으로 줄어들어 사라질 것이라고 믿으며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현상이다. 의학계에서는 문화적 믿음이나 심리적 불안이 신체 감각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모든 허위 주장을 코로 증후군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괴소문을 조회수 확보나 절도 등 범죄에 악용한 사례도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누르 몸바사 카운티 행정관은 “일부 콘텐츠 제작자들이 조회수와 관심을 얻기 위해 이런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는 쉽게 인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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