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정액’으로 만든 안약의 ‘반전’…안구 깊숙한 난치성 암 정밀 타격

김성은 기자
입력 2026 03 30 07:45
수정 2026 03 30 07:45
돼지 정액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안약이 난치성 망막암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 주사나 방사선 없이 눈에 이 안약을 넣는 것만으로 안구 깊숙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선양약과대학 장유 교수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망막모세포종은 주로 어린이에게 생기는 희소 망막암이다. 현재는 안구 내 약물 주사, 항암제, 방사선, 레이저 치료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치료 과정에서 주변 조직이 덩달아 손상된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돼지 정액 속 ‘엑소좀’(SEV)이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주머니 형태의 소기관으로, 내부에 다양한 물질을 담아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돼지 정액 유래 엑소좀이 생체 장벽을 뚫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 안약은 안구 앞쪽에서 막혀 뒷부분의 망막까지 도달하기 어려웠지만, SEV는 이 장벽을 통과해 안구 후부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엽산을 결합한 SEV에 이산화망간과 포도당 산화효소 등 항암 성분을 실어 안약 형태로 만들었다. 엽산은 엑소좀이 정상 세포를 피해 종양 세포를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종양 세포 안으로 들어간 엑소좀은 탑재된 약물을 방출해 암세포 스스로 파괴되도록 유도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30일 실험에서 SEV 안약을 투여한 그룹은 종양 성장이 억제되고 시력도 유지됐다. 반면 엑소좀 없이 약물만 넣은 안약을 쓴 대조군은 치료 성분이 장벽을 넘지 못해 종양이 계속 자라고 눈 다른 부위로까지 퍼졌다. 토끼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시험에서도 30일 반복 투여 시 각막에 가벼운 자극 외에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30일 이상 장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 검증과 대량 생산 가능성 확보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아직 인체 임상 연구가 남아 있지만 연구팀은 이 기술이 망막·황반 등 안구 깊은 곳의 치료를 넘어 혈액-뇌 장벽처럼 약물 전달이 까다로운 부위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전달 등 뇌 질환 분야로도 확장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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