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벌금형…법 제정 32년 만에 ‘방송간섭’ 첫 유죄

입력 2020 01 16 23:26|업데이트 2020 01 17 03:17

의원직은 유지… 李 “유족에게 송구”

이정현 의원
이정현 의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방송공사(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방송 간섭’을 이유로 나온 첫 유죄 확정판결이다. 다만 벌금형 확정에도 그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선거법 위반이 아닌 범죄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방송 편성에 간섭해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방송법은 방송 편성에 간섭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KBS가 정부와 해양경찰청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 가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5일 후에,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되고서 하면 안 되느냐’는 등 방송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맡고 있었다.

1심은 “이 의원의 행위는 단순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 편성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한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이 의원의 행위가 관행 또는 홍보수석으로서 공보 활동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다만 이 의원이 방송법상 간섭의 뜻이 불분명하고 단순 의견 제시까지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의원은 선고 뒤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에게 위로가 돼 주기는커녕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의원은 최근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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