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수준” 길 가다가 군대로 납치?…‘강제징집’ 공포에 떠는 남성들, 어디?[월드픽]

김민지 기자
입력 2026 10 21 21:30
수정 2026 10 21 21:30
미얀마 군부 정권이 청년들을 길거리에서 납치한 뒤 타 지역 행정 관청이나 군부대 등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영국 BBC는 ‘거리에서 납치돼 미얀마 군대에 팔려갈까 봐 두려움에 떠는 젊은 남성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얀마 정부의 강제 징집 의혹을 다뤘다.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 남부 카렌주의 파안에서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해가 지면 외출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복을 입은 군 정권 관계자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며 청년들을 임의로 체포해 군 복무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안에서 툭툭(삼륜차 형태의 대중교통 수단) 운전사로 일하는 26세 남성은 “(강제 징집이) 걱정은 되지만 일을 하려면 나갈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은 멀리까지 승객을 태우지 말라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 사람 중 일부는 이미 잡혀갔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소수민족 무장단체 및 반군부 세력과 장기간 내전을 벌이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18~35세 남성과 18~27세 여성에게 최소 2년의 의무 복무를 명하는 강제 징집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청년들의 징집 회피가 이어지면서 당국은 각 관할 구역에 군대의 징집 할당량을 공격적으로 채우라는 명령을 내렸고 현재 부패와 갈취, 납치 행위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주민들은 사복 차림의 군정 관계자들이 거리에서 10대부터 30대 청년들을 붙잡아 군 복무를 강요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징집 압박이 거세지면서 하부 행정 기관과 범죄 조직이 결탁해 청년들을 납치하고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시장까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남편이 지역 행정 관청에 일하는 사촌의 꾐에 빠져 다른 지역 구청으로 팔려간 뒤 군 징집 센터로 보내졌다”고 호소했다. 해당 지역 행정 책임자는 남편을 징집 당국에 넘기는 데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금전 거래 의혹은 부인했다. 이 여성은 현재 남편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8월에는 청년 4명을 납치해 징집 대상으로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양곤의 소방 당국 관계자와 그의 사위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청년들을 유인한 뒤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문소에서 청년들을 체포하고,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습격하거나, 가짜 구인 광고로 덫을 놓고, 민가에 강제로 침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돈을 내고 징집을 면제받은 부유층의 자리를 빈곤층 청년들이 채우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빈곤층 청년들이 군부의 강제 징집 부담을 전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군 출신 반군부 인사인 나웅 요 미얀마 국방안보연구소 전문위원은 “징집법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는 강제 체포와 모집 행위는 실질적으로 현대판 노예제 및 인신매매 사업으로 변질됐다”며 “검문소 체포, 위장 취업 알선, 무단 주거 침입 등 다양한 수법으로 청년들을 납치해 병력이 부족한 군부대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BBC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미얀마 군부 당국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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