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최초”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고객은 반차 써야 하나 [이슈픽]

은행권 전방위 해킹 피해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 전방위적인 인공지능(AI) 해킹 공격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권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최근 외부 비인가자의 해킹 시도가 있었으나, 자체 침입 방지 시스템이 작동해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 유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여러 은행 ATM기. 2026.10.4 연합뉴스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이 지금보다 30분 늦은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연다. 폐점 시간은 기존과 같은 오후 4시로 유지돼 하루 영업시간이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은행 점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단축된다는 소식에 직장인과 고령층,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최근 산별중앙교섭을 잠정 타결하고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늦추기로 했다. 오후 4시인 폐점 시간은 그대로 유지한다.

금융노조는 이번 합의를 두고 “건국 이래 최초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노사는 오전 9시 개점을 위해 은행 직원들이 실제로는 그보다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일에는 ‘라스트콜’로 불리는 고객 마감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영업 종료 이후까지 고객 응대가 장시간 이어지는 것을 줄여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정착시키려는 취지다.

잠정 합의안에는 총액 임금 3% 인상을 비롯해 주 1시간 이내에서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일·생활 균형 자율출근제, 육아휴직 대상 확대 등도 포함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광화문역 주변에서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 이전 추진 방침에 반대, 주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개최한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은행권에서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돼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인터넷뱅킹의 일평균 이용 건수는 2923만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6.8% 늘었다. 이 가운데 모바일뱅킹은 2650만건으로 9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출 상담이나 상속·증여, 일부 외환 업무 등은 직접 영업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창구 의존도가 높아 불편이 커질 수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은행을 이용하기도 어려운데 개점까지 늦추는 것은 소비자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온라인에서도 “은행 업무를 보려면 반차를 써야 하느냐” “점포도 줄어드는데 영업시간까지 줄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식당이나 카페도 영업 시작 전에 출근해 준비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 점포 감소도 우려를 키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은 2020년 말 4424곳에서 2025년 말 3748곳으로 5년 새 676곳, 약 15% 줄었다.

영업시간 단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이를 유지하다 정상화 요구가 커지자 2023년 1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체제로 복귀했다.

해외에서는 입지와 고객 수요에 따라 저녁이나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은행 점포가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은행이 정규 영업시간 이후까지 운영하는 탄력 점포를 두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을 줄이려면 탄력 점포 확대 등 대면 금융이 필요한 고객을 위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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