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성욕 관련 모든 것 상상”…편지 쓴 제자, 피해교사가 또 수업

교실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성적인 내용과 협박성 표현이 담긴 편지를 보낸 학생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급 교체 조치 이후에도 해당 학생을 계속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질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 교사는 결국 병가를 냈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A씨는 지난 6월 22일 같은 반 학생 B군으로부터 성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A 교사의 이름이 존칭 없이 34차례 등장했으며, B군이 “교사와 성욕과 관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의 일방적인 애정 표현뿐 아니라 교사에게 같은 감정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구도 다수 포함됐다.

B군은 편지를 전달하기 며칠 전에도 종례가 끝난 뒤 A 교사의 제지에도 교무실까지 따라가고, 퇴근하려는 교사를 막아서는 등 생활지도에 불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접수한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심의를 거쳐 해당 사안을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했다. B군에게는 학급 교체와 특별교육 8시간 이수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학급만 바뀌었을 뿐 A 교사와 B군의 실질적인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A 교사가 담당하는 과목을 학교에서 혼자 가르치고 있어 다른 학급으로 옮겨간 B군도 계속 A 교사의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A 교사는 2학기 개학을 앞두고 B군의 선택과목 변경이나 온라인 보충교육을 통한 수강, 시간 강사 채용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A 교사는 지난 18일 개학일에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고 병가를 냈다.

A 교사는 연합뉴스에 “편지를 읽고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고 한동안 헛구역질하는 등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컸다”며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으로 학생을 마주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개학 이후 다시 그 학생을 수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헛구역질이 올라온다”고 호소했다.

이어 “피해 교원으로 인정받았음에도 가해자의 권리가 우선시된 상황”이라며 “저와 같은 1인 교과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강제 전학 외에는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는 불합리한 제도가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교사노조도 “이번 사건은 현행 피해 교원 보호 체계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수업 동선을 분리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피해 교사에게 교권보호전담관을 긴급 배정하기로 했다. 오는 22일 전담관 발대식을 마친 뒤 다음 주 중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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