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서울 중구 보건소 흡연단속원이 남산초 인근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40대 남성A씨를 제지하고 있다. A씨 뒤로 학교 인근 흡연을 금지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신우 수습기자
지난 13일 서울 중구 흥인초등학교 앞. 청구역 2번 출구에서 학교 정문까지 이어진 100m 구간 길가 빗물받이마다 담배꽁초가 박혀 있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표지 아래와 담벼락 아래 좁은 틈에도 꽁초와 빈 담뱃갑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학교보안관 한모(62)씨가 허리를 굽히고 꽁초를 쓸어 담자 쓰레받기 바닥은 금세 누렇게 찼습니다. 한씨는 “아이들한테는 금연 교육을 하고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어른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이 뭘 배우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중구 초등학교 5곳을 돌며 학교 경계를 따라 확인한 담배꽁초는 500개를 넘었습니다. 청구초는 담벼락 5m 안쪽 빗물받이에만 꽁초 100여개가 쌓여 있었고, 정문에서 10m 떨어진 곳에는 재떨이까지 놓여 있었습니다.
지자체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단속에 나섰습니다. 중구 보건소 흡연단속원 안연준(60)씨는 남산초 정문에서 40m 떨어진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제지했습니다. 40대 남성 A씨는 “학교 안에서만 피우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A씨 뒤편에는 금연구역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흡연 단속 현장 뒤로 남산초가 지척에 보이고 있다. 김신우 수습기자
13년째 단속 업무를 맡은 안씨는 “적발 대상자 가운데 10~20%는 ‘금연구역인지 몰랐다’거나 ‘전자담배를 들고만 있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루 5건 넘는 민원 현장을 다닌 그는 “빌딩이 밀집해 있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물론 초등학교 앞에서도 흡연이 반복된다”며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경계선 바깥이나 골목으로 이동해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건소로 접수되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대문구 보건소 관계자는 “초등학교 금연구역 흡연 민원이 하루 평균 3.5건 접수된다”고 했습니다. 마포구 보건소에는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민원이 초·중·고를 합쳐 일주일에 1건꼴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학교 앞 흡연을 단순한 생활 불편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오하나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아동·청소년기에 흡연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를 허용된 행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흡연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이후 흡연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속을 강화하고 제재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과태료 감면을 위해 시행하는 금연교육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