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일 잘하려고’…치료 아닌 ‘성과용 약’ 확산

이현정 기자
입력 2026 03 15 13:35
수정 2026 03 15 13:35
다이어트약 복용자 59% 미용 목적
ADHD 치료제 남용 56% “업무·학업 효율 위해”
‘살을 빼려고, 일을 더 잘하려고.’
치료가 아닌 외모 관리와 성과 향상을 위해 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일 발간한 ‘의약품 남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식욕억제제 복용자의 59.5%가 미용 목적으로 약을 찾았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남용자의 55.6%는 업무나 학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약물에 기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만 19~64세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남용 인식을 조사하고, 최근 3년(2022~2025년) 사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성인 257명을 별도로 추려 사용 실태를 분석했다.
식욕억제제 복용 경험자를 조사한 결과 첫 복용 당시 체질량지수(BMI)가 25 미만(비만 아님)이었던 비율은 54.1%였다. 비만 치료보다 외모 관리를 위해 약을 먹은 경우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실제 복용 이유도 ‘미용 목적’이 59.5%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식욕억제제 복용 경험자의 73.5%가 부작용을 겪었다고 답했다. 입마름(72.0%), 두근거림(68.8%), 불면증(66.7%) 같은 신체 증상뿐 아니라 우울증(25.4%), 성격 변화(23.8%), 불안(22.8%) 등 정신적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은 53.4%가 경험했다.
그런데도 약 복용은 이어졌다. 부작용을 겪고도 54.0%는 잠시 끊었다가 다시 복용했고 22.8%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 복용했다. 약물 의존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ADHD 치료제 역시 처방 목적을 벗어난 사용이 적지 않았다. 처방 외 용도로 복용한 이들 가운데 55.6%는 ‘공부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는 질병 치료 목적(22.2%)의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일반 국민 가운데 ADHD 치료제 남용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23.1%에 그쳤다. 약물 의존성이나 심혈관계 위험을 알고 있다는 응답도 40.6%에 머물렀다.
의약품 정보를 얻는 경로도 달라졌다. 전문가의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37.4%)이 보건의료인과의 대면 상담(33.9%)보다 많았다. 반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을 때 의존성 대처 방법을 의료진에게서 듣지 못했다는 응답은 42.0%에 달했다.
보고서는 “의약품을 처방 목적을 벗어나 복용하면 남용 위험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할 필요가 있다”며 “고위험군 상담과 중재 체계를 마련하고 의사·약사 등 전문가의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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