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환자보호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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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출근길, 신도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가는 광역버스에서 노부부를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선 은퇴한 세대가 이 시간에 서울 중심가로 나가야 할 일은 별로 없다. 가끔 그래야 하더라도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지공거사’급이라면 요금이 부담스러운 광역버스를 탈 이유는 없다.

가끔 보이는 노부부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한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는다. 그러곤 모두 담담한 표정을 짓지만 애써 봐도 얼굴에 그늘이 스쳐 지나간다는 것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가까운 정류장을 지나면 이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는 비어 있게 마련이다.

세브란스 암병원 앞에는 광역버스가 서지 않는 정류장이 있다. 언젠가 내가 탄 버스가 지나치는데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던 어르신이 갑자기 몸의 중심을 잃고 차도로 내려서는 것이었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운전기사는 문을 열고 “큰일 날 뻔하지 않았느냐”고 소리를 지르는데 어르신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저 운전기사 집안엔 아직 암환자가 없는 모양이군’ 하고 중얼거렸다.

서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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