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한항공 앞두고… ‘조종사 서열 갈등’ 난기류
이지 기자
입력 2026 09 14 22:52
수정 2026 09 15 00:43
10년 만에 파업 문턱 넘나
노조, 사측의 일방적 서열안에 반발기장 승격·기종 배정·임금 등 영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조종사들의 ‘시니어리티’(서열) 갈등이 파업 문턱까지 번지고 있다. 노사가 통합 서열 기준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10년 만의 파업 가능성이 대두된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14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운항승무원 서열 일방적 결정 반대 촉구’ 집회를 열었다. 흰색 반팔 셔츠에 넥타이와 검은 바지 등 유니폼을 갖춰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조종사 200여명은 ‘서열순위 합의해 비행안전 보장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조종사의 서열은”이라는 선창에 “조종사의 손으로”라고 외쳤다.
노사 갈등의 핵심인 시니어리티는 조종사의 기장 승격과 기종 배정, 임금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승진 서열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각각 운영해 온 서열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문제는 두 회사가 조종사를 채용하고 기장으로 승격시켜 온 기준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민간 경력 조종사를 채용할 때 대한항공은 약 1000시간의 비행경력을 요구해 온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약 300시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군·민간 출신 조종사 간 기장 승격 서열 격차도 대한항공은 평균 9개월, 아시아나항공은 약 4년이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진 두 서열을 어떤 방식으로 합치느냐에 따라 통합 이후 승격 순서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사측은 양사의 기존 내부 상대서열을 유지한 채 하나의 서열로 통합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이후에도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존 승격 요건과 내부 서열이 유지돼 승격이 늦어지는 경우는 없고, 90% 이상은 오히려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반면 노조는 서로 다른 채용·승격 기준을 그대로 인정하면 일부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가 대한항공 출신보다 앞설 수 있다고 반발한다.
노사 갈등은 이미 파업을 위한 법적 절차로 넘어간 상태다. 노조는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데 이어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이 불성립하면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7일 시작된 조정기간은 오는 21일까지로, 노사 합의로 15일 연장하면 최대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서열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조종사 간 신뢰와 협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대한항공 부기장 모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종사 620명 중 98.8%가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상호신뢰·의사소통 등 승무원자원관리(CRM)와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현 통합안 자체에 대한 반발도 컸다. 응답자의 88.2%는 통합안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봤고, 87.1%는 ‘매우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불공정하다고 보는 이유로는 ‘입사 자격 및 채용 기준 차이 미반영’(91.0%)과 ‘구성원 의견 반영 부족’(89.5%) 등이 꼽혔다.
이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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