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목적’ 냉동창고 설치… 위조 상품권 살인, 계획범죄였다

한상봉 기자
입력 2026 09 14 23:14
수정 2026 09 15 00:43
30대 피의자 신상 비공개 檢 송치
“위조 들켜 당황해 문 닫아” 주장‘냉동창고 내부에 사람’ AI에 질문
피해자 휴대전화 조작 수사 방해
경찰, 큰손 실체·공범 확인 등 관건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파주 카페 냉동창고 살인사건 피의자 A 씨가 호송차량안에 탑승해 허리를 숙여 숨은 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6.09.14. 뉴시스
경기도 파주 냉동창고 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카페 사장은 500억원대 위조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위조 사실을 들킬 경우 상대방을 감금하려고 냉동창고를 미리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주경찰서는 14일 60대 여성 B씨를 카페 냉동창고에 가둬 살해한 혐의 등(피유인자살해·유가증권 위조·행사)으로 30대 남성 A씨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1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A씨는 지난 7월 서울의 한 업체를 통해 ‘영화 촬영용’ 명목으로 장당 50만원짜리 가짜 백화점 상품권 10박스, 액면가 500억원어치를 제작했다. 또 이를 팔아 대량의 현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첫 거래는 초기에 실패했다.
이후 상품권 브로커 C씨로부터 이른바 ‘큰손’의 대량 구매 의사를 접한 A씨는 자신도 실제 보유자의 대리인이라고 소개하고, 지난달 말 컨테이너형 냉동창고를 임차해 카페 앞마당에 설치하고 가짜 상품권을 보관했다. 거래가 진전되자 A씨는 “대리인이 상품권 감정 등 중간 역할로 여성이 편하다고 한다”고 알렸고, C씨는 지인인 B씨에게 이를 부탁했다. A씨와 일면식도 없던 B씨는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3일 카페를 찾게 됐다. 카페까지 동행했던 C씨가 떠난 뒤 B씨는 지시 받은 데로 냉동창고에서 A씨의 휴대전화로 상품권을 촬영했다. 이후 A씨는 B씨만 남겨두고 창고 문을 닫았고 B씨는 영하 25도로 설정된 냉동창고에 약 27시간 동안 갇혀 있다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저체온증 등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A씨는 B씨가 상품권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당황해 문을 닫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살해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냉동창고가 범행 직전 설치된 점, A씨가 B씨 휴대전화 전원을 조작해 실종 수사에 혼선을 주고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사람이 냉동창고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 점 등을 토대로 계획 범행으로 보고 있다.
남은 수사 과제는 A씨가 처음부터 살해까지 계획했는지 여부다. 경찰은 C씨를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하고, C씨가 대리한 ‘큰손’의 실체와 상품권 거래에 관여한 공범, 거래가 성공했을 경우 A씨의 계획 등을 확인 중이다.
일산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A씨는 이날 오후 1시쯤 취재진과 접촉하지 않은 채 호송버스에 올라 검찰로 이송됐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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