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늘수록 손해율 못 버틴다”… 관리급여 도입·5세대 실손 ‘동시 수술’ [실손, 다시 다수를 위한 제도로]
<3> 실손보험 구조 ‘재설계’ 착수비급여 진료 확대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와 보험업계가 제도 재설계에 착수했다. ①비급여 진료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관리급여’ 도입과 ②비급여 보장 구조를 손보는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재설계 방안으로 동시에 추진되면서 실손보험 체계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비급여 1조원 시대… 도수·충격파 급증에 손해율 ‘경고등’18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배경으로 비급여 진료 확대가 꼽힌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비급여 진료비 상당 부분을 보전하는 구조인 만큼 비급여 이용이 늘어날수록 보험금 지급 규모도 커져 손해율 관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급여 진료비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의과 분야 비급여 진료비는 1조 1045억원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도수치료가 12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체외충격파치료도 753억원을 차지했다. 언어치료 역시 147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같은 치료라도 의료기관마다 비급여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며 “실손보험 보장이 가능한 범위에 맞춰 비슷한 가격대로 진료가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급여 진료가 실손보험 청구와 맞물리며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발달 지연을 이유로 시작된 언어치료가 이후 검사에서 정상 발달로 확인된 뒤에도 약 3년 동안 300회 넘게 이어지며 실손보험금 약 1800만원이 지급된 사례가 보고됐다.
관리급여 도입 속도… 가격·기준 관리로 과잉 이용 억제비급여 이용이 급증하며 논란이 되자 정부도 이를 제도 안에서 관리하는 ‘관리급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급여는 가격 편차가 크거나 이용 증가 속도가 빠른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관리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병원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던 비급여 진료비와 이용 기준을 일정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관리급여가 적용되면 해당 진료는 건강보험 청구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 환자 본인부담률을 약 95% 수준으로 유지해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최소화하고, 가격과 진료 기준만 관리해 과잉 이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당초 상반기 시행이 예상됐지만 수가와 급여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시행 시점은 올해 3분기로 늦춰졌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의료계 반발 등으로 협의 과정이 길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관리급여 도입과 관련해 비급여 진료를 과도하게 통제할 경우 의료기관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낸 바 있다.
비급여 관리법도 추진… 항목·가격 기준 표준화 논의정부는 비급여 관리 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에서는 이른바 ‘비급여 관리법’ 제정을 통해 진료 명칭과 코드 사용을 표준화하고 비급여 진료비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같은 진료라도 의료기관마다 명칭과 코드가 달라 실제 이용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가격 기준과 코드 체계가 정비돼야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도 구조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의료기술이 충분한 검증 없이 시장에 확산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이후 효과와 안전성을 다시 평가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급여 관리 대상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는 체외충격파치료에 대해 의료계 자율시정을 우선 추진하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관리급여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언어치료 역시 급여화 가능성을 포함해 추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전문가들도 실손보험 구조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항목 목록과 가격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 가격 상한을 마련하거나 목록에 없는 항목은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5세대 실손 윤곽… 비급여 쪼개 보장 축소·특약 분리 검토
이 같은 제도 개편 논의는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르면 다음 달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료 조정만으로는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비급여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은 기존 상품과 구조가 달라질 전망이다. 4세대 실손보험이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었다면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보장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 이용을 관리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하고 비중증 항목 일부는 보장을 축소하거나 특약 형태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관리 강화가 과도할 경우 의료기관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유주선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는 “현재 실손보험에서는 비급여 비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의료기관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며 “비중증 비급여 일부 항목을 담보에서 제외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슬·황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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