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임산부 맞아?” 툭툭 치고 욕설…배려석이 ‘괴롭힘석’인가요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04 23 14:41
수정 2026 04 23 14:43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한 자리 양보 문제를 넘어 폭언과 신체 접촉으로까지 번지면서 ‘배려’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신 5개월 차 A씨는 최근 출근길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사연을 공유했다. 다른 승객의 양보로 자리에 앉았지만, 다음 역에서 탄 노인이 “젊은 사람이 왜 여기 앉아 있냐”며 욕설을 퍼부었고, 다리를 발로 툭툭 건드리는 행동까지 했다는 것이다. A씨는 “뱃속 아이를 생각해 참았지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SBS ‘뉴스헌터스’는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실랑이를 보도했다. 당시 임산부 배지를 단 여성 앞에서 한 중년 남성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고, 이를 지적한 다른 승객에게 “임산부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특정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임산부석 관련 민원은 연간 7000건 안팎, 하루 평균 20건 안팎 접수되고 있다. 제도 도입 10년이 지났지만 관련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25년 1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인의 82.6%는 “임산부를 배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임산부 중 “배려받았다”고 느낀 비율은 56.1%에 그쳤다. 특히 임신 초기 임산부의 75.2%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배려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임산부 배지를 착용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절반에 가까운 47.8%가 배지를 달고도 배려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제도적 한계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산부석은 법적 강제력이 아닌 자발적 배려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자리 양보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해도 제지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실제 2024년에는 임산부 여부를 확인하는 센서를 좌석에 설치하자는 제안까지 등장했지만, 서울시는 법적 근거 부족과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장치 설치에 약 46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석 갈등이 단순한 자리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산부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은 확산됐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권고를 넘어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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