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44조 ‘유가 담합’ 제재 착수

공정위 “중대 위법 행위” 심의 개시
전쟁 틈타 정보 교환·가격 짬짜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을 틈타 휘발유·경유·등유의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담합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두 정유사의 가격 담합을 조사한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공소장 격)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각 사에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제재 절차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과징금 등 최종 제재 결과는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은 두 정유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 가격 정보를 교환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판매 가격을 두 차례 명시적으로 담합했다고 봤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 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약 3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심사관 측은 두 정유사의 ‘가격 담합’과 ‘정보 교환’이 중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등 거래처는 ‘사후 정산 제도’라는 관행에 따라 거래하며, 정유사의 판매 가격이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 정유사는 주유소 등에 ‘입금가’를 정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다음달 초에 전월 거래에 대한 ‘확정가’를 결정한 뒤 입금가와 확정가의 차액을 정산한다.

다만 GS칼텍스, S-OIL의 담합 가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행록 카르텔조사국장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사이에서만 증거가 확인됐다”며 “정유 시장이 과점 체제지만 2개 사의 점유율이 50%에 가깝기 때문에 시장 경쟁 질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SK에너지 28.1%, HD현대오일뱅크 21.0%, GS칼텍스 23.3%, S-OIL은 25.5%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합산 점유율은 49.1%다.

공정위에 앞서 검찰도 두 정유사를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SK에너지 측은 “향후 심의 절차에서 사실관계와 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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