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만 그러한가, 통계적으로도 사실일까. 뜬금없이 무슨 얘기인가 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요즘 부쩍 늘었다는 체감에서다. 지지난 주말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오는 기차를 타게 되었는데 순간 내가 외국으로 여행을 온 건가 싶을 정도로 들리는 얘기가 우리말이 아니었다.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앞뒤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스치는 풍경에 고개를 고정한 이가 있는가 하면 대체로는 잠이 든 이.
지난 주말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도 엇비슷한 분위기였다. 여행의 증거는 발소리가 아닌 바퀴 소리라 각양각색의 트렁크가 수하물 컨베이어를 통과한 뒤 원에 원을 그리며 회전대에 누워 있을 적에 각기 다른 트렁크를 각기 다른 사람이 제 짐이라 쓱 집어 올려 그대 발길 머무는 방향으로다가 굴리기 시작할 적에 그 일에 언어가 끼어들 틈이 있나 몸이 척 보면 아는 거지, 어째서인지 그 당연하고도 어련한 일에 문득 작은 탄성이 터지는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시스템이라는 약속은 실로 놀라운 것이로구나.
‘시스템’.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 ‘약속’.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 저간의 뿌리 깊은 문제는 고사하고 연일 시위 장면을 내보내기 바쁜 유럽발 뉴스를 뒷짐 지고 봐서도 아니고, 국감 현장에서 예의와 범절을 쌈 싸 먹고 나와 호통과 삿대질에 기운이 펄펄 나던 정치인들을 봐서도 아니고, 애초에 ‘훌륭한’은 바라지도 않은 마음의 가짐에서 요즘 부쩍 국어사전을 자주 찾곤 한다. 사람이라면 그게 ‘기본’ 아닌가 입버릇처럼 해왔던 어떤 태도에 혼란을 가져오는 말이나 행동을 버젓이 자행하는 공인들을 자주 보다 보니 어쨌든 나도 그들처럼 이 사회의 나이 먹은 ‘어른’이기도 한 까닭에 이제라도 기본의 사전적 정의라도 붙들고 가고 싶음이 간절해지기도 해서다.
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곱창집을 찾은 저녁이었다. 다 구워드립니다, 간판에 내건 집이니만큼 할 일이라곤 기다림뿐이라 양곱창집 안을 떠나가라 볼륨을 최고조로 높인 텔레비전이나 강제로 시청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 남자가 술로 불콰해진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한 직원을 가리킨 채 욕을 하기 시작했다. 너, 너 말이지, 너 말이야, 아주 기본이 안 됐어. 시비라면 다 먹고 나갈 때까지 물을 갖다주지 않은 여성 직원에 대한 지적질이었다.
옆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녀가 대화 없이 불판 위에 놓인 곱창을 먹고 있었다. 몇 번을 망설이는가 싶더니 어색한 웃음과 함께 여성이 여직원에게 휴대폰을 내보였다. 그 즉시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다급히 건네는 직원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듯했다. 손님과 직원이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아주 잠시 대화를 나눴다. 홀은 컸다. 달궈진 불판은 많았다. 서빙하는 여직원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