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파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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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바깥쪽에 죄수들의 방이 배치돼 있고 중앙에는 원형 감시탑이 있는 원형감옥 모델을 제안했다. 이를 파놉티콘(Panopticon)이라 불렀다.

그리스어로 ‘어디에서든’을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의 합성어다. 감시탑 창문에는 커튼이나 조명장치가 있어서 죄수들은 감시탑 내부(감시자)를 볼 수 없다. 반면 중앙의 감시자는 바깥쪽 방에 있는 모든 죄수들의 행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언제나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는 죄수는 스스로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 이것이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최적의 권력장치’라는 것이다.

미셸 푸코는 저서 ‘감시와 처벌’(1975)에서 근대 권력의 작동 양식을 파놉티콘 시스템으로 설명했다. 고대나 중세에는 권력이 군주의 강력한 신체형에 의해 작동됐지만, 근대 권력은 쇠사슬이나 폭력 없이도 ‘내면화된 감시’로 작동된다는 설명이다. 푸코는 이를 ‘규율 권력’(Disciplinary Power)이라 불렀다.

고대 원형경기장에서는 수많은 군중이 바라보는 중앙에서 공개처형 등으로 권력의 힘을 과시했다. 반면 근대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모습을 숨긴 권력이 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데이터화하는 규율과 통제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최길수 특별감찰관이 그제 첫 출근길에 “특별감찰관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찰대상자를 감시할 수 있는 파놉티콘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했다. 중국의 사서(四書)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혼자 있을 때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함)을 언급하며 “고위공직자가 항상 스스로 성찰하고 살필 수 있도록 견제하는 장치가 특별감찰관제”라고도 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감찰한다. 최 특감의 출근 일성은 권력이 절제를 잃고 위법·비리에 발을 담그기 전에 원형감옥 안에서 감시받고 있음을 매순간 잊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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