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희 고려대 교수 “AI 시대, ‘전력안보’가 국가 경쟁력”…박재덕 대표 “재생에너지, 금융·운영으로 이어져야”[SFC 2026]

곽소영 기자
입력 2026 10 28 11:44
수정 2026 10 28 14:42
서울신문 ‘미래 에너지 혁신 포럼’서
“전력망 투자 필요…한전 부채 문제 고민해야”
박재덕 아펙스 에너지 파트너스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ESS·금융·지역산업 연계 제안
정부가 ‘전기국가’를 표방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망 구축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전력이 산업을 부른다-에너지가 바꾸는 지역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미래 에너지 혁신 포럼’에서 “재생에너지 조기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첨단산업단지에 대한 선제적 전력망 구축, 지역별 요금체계 정비가 ‘전기국가’의 핵심”이라며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지키려면 전력안보를 에너지안보 이상으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기존 ‘에너지안보’를 넘어 ‘전력안보’를 국가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안보가 석유·가스 등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였다면 전력안보는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단순히 수요에 맞춰 발전설비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태양광은 밤에 발전하지 않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량이 줄어드는 만큼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문제는 막대한 선제 투자 비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50TWh로 5년만에 약 두 배가 늘어날 전망이다. 하 교수는 “한국전력공사가 앞으로 엄청난 선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부채를 떠안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 재정 지원이나 전기요금 반영 등 국민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력망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도 과제다. 하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 경기 하남 동서울변전소와 주민들의 유치 경쟁을 펼친 전북 고창의 신고창변전소를 비교하며 “어떤 지역은 희생한다고 느끼고, 어떤 지역은 산업의 미래를 보고 유치한다”며 “전력 인프라가 들어서는 지역에 관련 기업 유치 등 주민 혜택을 미리 설계하고 지역 간 공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박재덕 아펙스 에너지 파트너스 대표는 민간 기업들이 전망하는 전력 에너지 시장을 조명했다. 박 대표는 에너지 수요의 ‘전전화’(전체 에너지의 전기화)가 가속화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금융·운영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탄소를 줄이고 분산형 전원과 디지털화로 가야 한다는 흐름이 2010년대부터 이어졌다”며 “앞으로 열 시장도 결국 전력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에너지 수요의 전전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미 글로벌 1위 전원은 재생에너지”라며 “지난해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500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체 발전설비 규모인 약 160GW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박 대표는 시장 확대를 위해 발전설비 개발뿐 아니라 금융과 운영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태양광 발전을 개발한 뒤 여기에 금융투자자를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운영·유지보수(O&M)와 에너지솔루션 시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기업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려면 태양광·풍력과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는 지역 차원의 전략도 필요하다”며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를 묶어 지역 산업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