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던 딸”…이태원참사 4주기 맞은 외국인 유가족
정회하 기자
입력 2026 10 28 15:50
수정 2026 10 28 15:50
참사 4주기 앞두고 외국인 유가족 35명 방한
특조위, 희생자 동선·이송 등 현장 영상 제공
늦게 접한 ‘마지막’…“구조 너무 오래 걸렸다”
“또 한국에 올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휴가를 즐기러 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어서 진상이 규명돼야 딸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딸 스티네 에벤센(당시 20)을 잃은 어머니 수잔네 에벤센은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연신 눈물을 닦았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연세대에 다니던 스티네는 한국이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나라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 기대는 참사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함께 방한한 아버지 에릭 에벤센은 “내 딸은 서울살이를 사랑했는데, 집에 돌아온 그녀는 너무나도 차가운 모습이었다”며 “왜, 왜, 왜”라고 소리쳤다.
참사 4주기를 맞아 방한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지난 4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참사 희생자 162명 가운데 외국인은 26명으로, 이 가운데 18명의 가족 35명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중간보고 등을 듣기 위해 입국했다.
이들은 전날 특조위가 영상으로 제공한 참사 당시 희생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4년 만에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직접 본 만큼 유가족은 눈물 섞인 탄식을 토했다.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울부짖은 유가족도 있었다.
이란 출신 아들 알리 파라칸드(당시 36)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한 어머니 하자르 파라칸드는 “웃으면서 식당에서 나온 아들이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군중으로 밀려들었다”며 “내가 본 마지막 장면은 아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거센 한숨을 쉬는 모습이었다”고 토로했다.
카자흐스탄 출신 마디나 셰르니야조바(당시 26)의 언니 다미라 셰르니야조바는 “동생이 변을 당하고 구조되기까지 44분 걸렸다”며 “사람이 산소 없이 버티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프랑스 출신 리마무 게네고(당시 34)의 아버지 파스칼 게네고는 “당시 영상을 통해 아들이 인파로 유입되는 장면과 시간, 그리고 마지막 때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며 “주변 행인들이 우리 아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고 전했다.
희생자의 마지막 모습을 외국인 유가족에게 우선 제공한 특조위는 다음 달 중으로 국내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같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희생된 가족이 생전에 다니던 학교나 좋아하는 장소를 찾으며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인 외국인 유가족은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될 참사 4주기 ‘기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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