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인 “메모리 시장은 F1 곡선 구간”…로봇의 미래는 휴머노이드 [SFC2026]

정유인 “속도보다 변화 대응력이 경쟁력”
하이닉스, 수백개 AI 모델로 불량 판정…로봇 정비도 추진
엄윤설 “中 저가 공세에 기술 식민지 우려”
국산 액추에이터 개발…앨리스 목표가 4만 7000 달러
김정환 “여러 AI에 업무 나눴더니 오류·비용 늘어”
위븐, AI 검수 분업으로 이용료 1500원까지 낮춰

정유인 SK하이닉스 부사장이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산업의 초자율 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서울미래컨퍼런스 세션에서 ‘반도체 산업에서의 AI와 제조의 융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과거 메모리 시장은 직선 구간에서의 속도 경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곡선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유인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8일 열린 ‘2026 서울미래컨퍼런스(SFC)’의 ‘산업의 초자율 혁명’ 세션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화를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에 빗대 이같이 설명했다. 과거에는 공장을 얼마나 많이 짓고 반도체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고객별 맞춤형 제품이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윈, 로봇을 결합한 ‘자율제조 팹(Autonomous FAB)’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제품 제조도 복잡해지면서 기존 공장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스마트공장의 발전 단계를 1~5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현재 4단계 수준에 와 있다. 마지막 5단계는 생산 환경이 바뀌면 시스템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자율제조 공장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AI를 반도체 제조현장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엔지니어들이 직접 살펴보던 수억 장의 공정 이미지를 현재는 수백 개의 AI 모델이 분석해 불량 여부를 판정한다. 또 실제 공장의 수천 대 장비와 배관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장비 이동 경로를 미리 검증하고 있다. 연간 수십억 건에 이르는 장비 이상 경보를 AI가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체계도 준비 중이다.

다음 목표는 로봇을 활용한 반도체 장비 정비 자동화다. AI가 정비 시점을 예측하고 로봇이 부품을 교체한 뒤 디지털트윈이 결과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정 부사장은 “로봇의 최종 목적은 아마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면서도 “휴머노이드는 춤이나 텀블링은 잘하지만 손으로 하는 미세한 작업은 아직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정비에 필요한 정교한 손동작을 구현하는 것이 과제라는 설명이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산업의 초자율 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서울미래컨퍼런스 세션에서 ‘소버린 휴머노이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휴머노이드 ‘앨리스’를 개발한 국내 로봇기업 에이로봇의 엄윤설 대표는 ‘소버린 휴머노이드’를 주제로 국산 로봇의 기술주권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엄 대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높은 인건비,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한국은 휴머노이드 도입 필요성이 큰 나라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저가 공세에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엄 대표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이 국내에서 약 3000만원에 판매되는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과 같은 기조가 유지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중국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AI는 AI를 만들 수 있지만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피지컬 AI 시대의 병목은 하드웨어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와 AI 반도체,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를 모두 잘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도 탄탄해 로봇을 생산하고 산업현장에 투입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엄 대표는 액추에이터가 휴머노이드 재료비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에이로봇은 이 부품을 자체 개발해 앨리스의 목표 판매가격을 4만 7000달러로 제시했다. 엄 대표는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국내 시장을 장악해 국산 기업들이 사라지면 해외 업체가 요구하는 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기술 식민지’라고 표현했다. 이어 “휴머노이드는 주권 산업”이라며 향후 2~3년간 국내 기업에 대한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위븐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산업의 초자율 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서울미래컨퍼런스 세션에서 ‘모델의 한계가 에이전트를, 에이전트의 한계가 멀티 에이전트를 만들었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AI로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위븐의 김정환 대표는 여러 AI가 업무를 나눠 수행하는 ‘멀티 에이전트’의 한계와 개선 사례를 소개했다. 위븐은 웹사이트 제작을 기획·디자인·개발·검수 등으로 나눠 여러 AI에 맡겼지만 오히려 오류가 늘고 시간과 비용도 증가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해보니 오류율이 급증했고 결과물이 처참했다”며 15분에 2000원이면 만들 수 있던 웹사이트 한 장을 여러 AI에 맡겼더니 1시간 30분이 걸리고 비용도 10만원까지 늘어난 사례를 소개했다.

김 대표가 인용한 구글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조율 없이 협업한 여러 AI의 오류 수준이 단일 AI의 17.2배에 달했다. 반면 중간에서 결과를 검증하는 ‘오케스트레이터’를 두자 4.4배로 낮아졌다. 위븐도 웹사이트 제작과 검수 과정을 분리하고 글·이미지·화면 구성을 각각 다른 AI가 검사하도록 개선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웹사이트 한 장을 제작하는 데 드는 AI 이용료를 약 1500원까지 낮추고 품질도 높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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