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탄 구룡마을, 13시간 만에 진화… 127명 보금자리 잃어

유승혁 기자
입력 2026 10 28 16:23
수정 2026 10 28 16:23
2만8000㎡ 불타… 91가구 이재민 발생
개포중·구룡중 체육관 임시대피소 마련
주민 “아내와 40년 살았는데 갈 곳 잃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가 28일 새벽 완전히 꺼진 가운데 이날 오전 경찰과 소방이 합동 감식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가 밤샘 진화 끝에 28일 새벽 완전히 꺼졌다. 불이 난 지 약 13시간 만이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 127명은 당장 머물 곳을 걱정하고 있다.
2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0분쯤 구룡마을 2지구에서 발생한 불은 이날 오전 4시 39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은 이번 화재로 약 2만 8000㎡가 불에 탄 것으로 추산했다. 소방 인력 340여명과 헬기 6대 등 장비 110대를 투입했지만, 용수 부족과 강풍이 겹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화재로 30대 여성 1명이 다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91가구 127명이 집을 잃었다. 이들은 개포중과 구룡중 체육관 등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인 28일 인근 학교 강당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대피소가 마련되어 있다. 연합뉴스
집을 잃은 주민들은 막막함을 호소했다. 정희진(70)씨는 “아내와 40년을 구룡마을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집이 타버려 갈 곳을 잃었다”며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모(51)씨도 “최근 구룡마을을 떠나기 위해 이주 신청을 했지만, 대상자로 선정돼 실제 이사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과 소방은 이날 화재 현장 합동감식에 앞서 감식 범위 등을 정하기 위한 예비 절차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재민에게는 7일간 호텔 등 임시숙소가 제공된다. 이후에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추가 임시 주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을 계기로 강남권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이주하며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축구장 약 40개 면적에 8개 지구가 들어서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구룡마을 1107세대 가운데 950세대(85.8%)는 이주를 마쳤지만, 157세대(14.2%)는 아직 남아 있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이주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주택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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