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문장]
입력 2026 10 30 00:05
수정 2026 10 30 01:59
‘슬픔을 방어하기엔 방어가 최고’
슬픔을 방어하기엔 방어가 최고(성동혁 외 16인, 타이피스트)
이제는 안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반드시 빠르게 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무들처럼, 제자리에 굳건히 서서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 내는 것. 그 정적 속에서 자신의 무게를 확인하고 내면의 온도를 높여 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방식이다.(나수람 ‘고요가 머무는 10월의 서재’ 중에서)
‘계절일기’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직업도, 나이도, 살아온 시간도 다른 저자들이 각자의 가을을 일기라는 솔직한 형식 안에 담았다. 떠난 고양이의 사진을 다른 폴더로 옮겨 담고, 이사 준비로 집 안 물건들을 들여다보며, 오래된 그림 한 점을 바라보는, 사랑과 상실, 기억과 이별, 일상을 마주한 뒤에야 오래 남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248쪽, 1만 7800원.
‘쥐꼬랑지’
쥐꼬랑지(김윤희 지음, 여름밤 그림, 길벗어린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쥐꼬랑지.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누군가가 너를 힘들게 하기 위해 이런 일을 꾸몄는데 네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너는 그 사람들에게 지는 게 되는 거야.”
겨울이 여덟 달인 나라에서 스웨터는 사랑의 선물이지만, 고모와 단둘이 사는 쥐꼬랑지는 제 몫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쥐꼬리 같은 회색 머리를 보자기로 감춘 채 백조를 꿈꾸던 소녀는 마법 생쥐 코지모의 털실과 우정으로 뜨개질 재능을 꽃피우고 자신과 남을 사랑하게 된다. 가장 부끄러웠던 쥐꼬리를 안쪽 솔기에 새긴 제 스웨터를 완성하는 이야기는 백조가 돼야 행복하다는 통념 대신 결핍을 껴안는 방식을 그려보이며 움츠러든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192쪽, 1만 8000원.
벌과 보이지 않는 것
벌과 보이지 않는 것(클레멘스 J. 제츠 지음, 권선형 옮김, 을유문화사)
사람은 자기 안에 명확히 규정될 수 없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 자기 주변 세계의 한복판에서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혹은 반쯤 들릴 듯한 소리로 되풀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주변 세계가 그것을 빼앗거나 훼손할 수 없도록.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비롯해 독일어권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클레멘스 J. 제츠 작가의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이 국내 번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한 의도에 따라 계획되고 만들어진 ‘인공어’를 6년간 조사하며 발굴한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J.R.R. 톨킨이 창조한 엘프어 퀴냐, 장애아동 교육에 쓰이는 블리스심벌릭스 등 다양한 인공 언어가 소설에 등장한다. 600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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