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별세]시민 지적에 담배 끊고, 잉꼬부부 비결에는 “마음”…연기만큼 빛났던 인생

김기중 기자
입력 2026 10 30 09:44
수정 2026 10 30 12:03
29일 별세한 ‘국민 아버지’ 최불암은 삶에서도 ‘국민 아버지’였다. 67년 동안 빛났던 연기인생만큼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빛났다. ‘좋은나라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은 뒤 좋아하던 담배를 끊었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 술도 자제했다. 잉꼬부부로 유명했고, 노인들에 대한 걱정과 애정도 많았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시사 고발 프로그램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 본부장을 맡았던 최불암이 좋아하던 담배를 단박에 끊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2007년 진행한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일화를 상세하게 전했다.
“한 친구가 ‘선생님도 담배 끊으셔야죠?’ 해서 ‘예’ 그랬더니 몇 주 지나 술집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어떤 노신사가 나한테 와서 ‘담배 끊으셨다더니 안 끊으셨네요’ 그러더라”면서 “‘내가 언제 그랬냐’ 했더니 방송에서, ‘좋은나라운동본부’에서 그러셨잖아요라고 지적해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당장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게 마지막 담배였다”고 전했다. “방송에서 거짓말하면 금방 사기꾼 되기 때문”이라는 게 금연의 이유였다.
1997~1998년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로맨틱한 캡틴 박으로 활동했다. 이 드라마는 그의 평소 모습에 가까워 화제가 됐다. 최불암은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 당시 톱스타인 김민자와 결혼했고, 이후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모범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살다 보면 사랑스럽고 놓치고 싶지 않고, 늘 은혜롭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며 “처음(젊을 때)에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살아가고, 그다음(노년)에는 그야말로 진실한 인간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벤트 같은 건 구시대 사람이라서 잘 모른다”면서 “다만 정성을 다해서 기쁨을 주고 싶은 마음만은 늘 변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원일기로 ‘국민 아버지’가 된 만큼, 노인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2015년 ‘매일신문’ 인터뷰에서는 “도시에서는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같이 있는 것을 싫어한다. 남에게 폐가 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시골은 또 노인들만 산다. 노인들끼리의 삶이 뭐 그리 좋기만 하겠나”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한국인의밥상’을 진행하며 전국을 다니던 때였다. 그는 “돌아다녀 보면 때로 노인들이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서로 섞여 살고 싶다는 말 아니겠나. 이게 또 가슴이 아프다. 국가와 정부가 신경을 좀 써 줘야 할 텐데”라고 밝히기도 했다.
2021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 “언젠가 남원에서 추어탕을 촬영하던 때였던 것 같은데, 그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 손을 잡고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뭔가를 주더라. 선물을 주고 싶은데, 줄 게 없다며 그 산초 한 숟가락을 신문지에 싸서 주셨다”면서 “역시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 고마운 분들이 있어 ‘한국인의 밥상’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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