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것도, 지는 것도 감동”…故 최불암이 바라본 인생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0 31 18:23
수정 2026 10 31 18:23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29일 밤 10시께 세상을 떠났다. 2026.10.30 연합뉴스
“너무 즐겁다고 즐거워하지 말고, 너무 슬퍼도 슬퍼하지 마라.
적당함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이더라.”
지난 29일 87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최불암이 생전 남긴 말이다. 최불암은 30일 방송된 KBS 특집 다큐멘터리 ‘따뜻한 어른, 최불암 - 당신이 길이었습니다’에서 인생의 ‘중용적 정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최불암의 삶과 연기 인생, 14년간 전국을 누빈 ‘한국인의 밥상’의 발자취를 담았다. 2024년 봄 ‘한국인의 밥상’ 촬영 당시 인터뷰가 바탕이다.
당시 프로그램을 13년째 진행 중이던 최불암은 ‘한국인의 밥상’을 “우리의 삶”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음식이) 맛있으면 얼마나 행복해. 그게 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하는 거지. 안 먹어도 입에 침이 고이고 웃음이 나는 것”이라며 자신을 ‘음식을 소개하는 전령사’라고 설명했다.
출연작을 돌아보면서는 “역량이 부족해서 보관(기억)을 다 못하지만 참 좋은 장면들 기억 남는 게 많지. 다시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꿈이 없으면 죽는 거지, 꿈이 있지”라며 “연기를 잘해서 상을 탄다든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든지 이런 게 다 꿈이지. 실현할 수도 있겠지만 참고 있는 게 많아”라고 답했다.
벚꽃이 핀 나무를 바라보던 최불암은 행복의 정의를 묻는 말에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좋구나’ 하면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전한 마당에 꽃나무 하나 심으면 아름다운 경치를 이룬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며 “우리 마음에도 꽃나무를 하나씩 심자”는 글귀를 떠올렸다.
행복은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전했다. 그는 “불편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없으면 그게 행복이지. 나만 행복해질 수가 없어. 다 같이 행복해져야지”라고 말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붉게 물든 황혼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최불암은 “한 세대가 지나면 또 다른 세대가 온다. 그러나 태양은 여전히 오늘도 뜨고 있다”며 “뜨는 것도 감동이고, 지는 것도 감동이고, 자연은 인간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MBC는 지난 5월 방송한 2부작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 1부를 재편집해 추모 특집으로 방송했다. 이 과정에서 고인이 투병 중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직접 요청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제작진은 방송 자막을 통해 “2025년 이미 투병 중이던 최불암 배우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며 “본 다큐멘터리는 이를 받들어 고인의 생전인 올 5월 방송됐다”고 밝혔다.
MBC 김현기 PD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제작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 PD는 2021년 MBC 특집 다큐멘터리 ‘전원일기 2021’을 제작하며 최불암과 인연을 맺었다.
김 PD에 따르면 최불암은 지난해 초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내 다큐 좀 만들어줘”라고 부탁했다. 당시 고인은 허리 건강이 악화해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었다.
최불암은 당초 다큐멘터리에 직접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건강 상태가 악화하면서 끝내 카메라 앞에 서지 못했다.
김 PD는 “선생님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결국 선생님은 그 다큐에 출연하지 못하셨다”며 “자신의 병약해진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대배우의 자존심이 느껴져 아무도 출연을 강권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