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칩 밀반입에 CEO 접촉까지… 엔비디아를 둘러싼 ‘中 스파이’ 스캔들 파장

문경근 기자
입력 2026 10 30 08:57
수정 2026 10 30 08:57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정보당국이 첨단 인공지능(AI) 칩 밀반입 의혹과 최고경영자(CEO) 접촉 사건으로 거대한 안보 시험대에 올랐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의 스파이로 지목된 인물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밀착해 기밀과 동향을 파악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백악관은 이를 이미 수사하고도 파장을 우려해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만 바와 업무 만찬까지… ‘앨리스 황’의 치명적 접근미 정보당국이 주목한 인물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고위 임원인 앨리스 황(Alice Huang·중국명 황러)이다. 과거 중국 방송기자와 투자사 허시캐피털 등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외부에서 메가스피드의 CEO로 행세해왔으나, 실제 회사 문서상 초기 경영이사였고 현재는 이사직 사임자로 확인된 인물이다.
메가스피드는 엔비디아의 공식 클라우드 파트너사로 등록돼 자사 연산 자원을 중국 기업에 임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의 말레이시아 관계사는 2024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엔비디아 칩이 포함된 AI 장비를 최소 48억 달러(약 6조 4000억원)를 매입했다. 규모에 비해 이례적으로 막대한 금액이다.
미 상무부는 이 물량이 데이터센터에 설치되지 않은 채 포장 그대로 보관된 점을 포착하고, 수출이 금지된 첨단 칩을 중국으로 밀반입하는 창구로 악용됐는지 조사를 벌여왔다. 당국이 메가스피드를 겨냥해 전자 감시를 이어가던 중 예상치 못한 접촉선이 드러났다. 바로 앨리스 황이 한 미국 시민과 긴밀히 교섭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원 확인 결과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였다.
실제로 두 사람의 접촉 흔적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수차례 포착됐다.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의 한 바에서 다른 AI 기업 임원들이 동석한 가운데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링크트인에 게시됐고, 지난해 5월에도 업무 만찬 직후 식당을 나서는 장면이 목격됐다. 앨리스 황은 이 같은 친분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금을 모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받고도 묵인”…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
미 정보당국과 백악관은 비상에 걸렸다. 앨리스 황이 젠슨 황과의 만남을 통해 엔비디아의 핵심 기술 정보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시각까지 수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외교·안보 테이블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보고를 약 1년 전에 건네받고도 별다른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와 증시의 중추를 지탱하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 타격을 경계하고,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전면화하는 리스크를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행정부 내부의 시선은 엇갈린다. 미 당국은 젠슨 황 본인은 상대가 중국 스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됐음을 알리는 통상의 ‘방어 브리핑’ 역시 감시망 노출 우려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 고위 인사들은 과연 세계 최고 기업의 수장이 이런 접근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공방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엔비디아 “통상적 고객” vs 중국 “근거 없는 비방”
사태가 확산하자 당사자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엔비디아 대변인 존 리조는 “고객과의 만남은 CEO의 통상적인 업무 일부로, 젠슨은 매년 수천명의 고객사 임원과 대화한다”며 “만약 미국 정부가 특정 인물이 국가 산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우리에게 알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메가스피드 측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 정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창 대변인은 이번 미 언론 보도와 당국 시각을 “근거 없는 모함과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심장부인 엔비디아를 둘러싼 이번 첩보 스캔들은 기술 안보와 글로벌 경영 리스크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내달 미·중 정상 외교를 앞두고 이 문제가 양국 관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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