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 미래대응기금 예산 심사 첫날…與 “미래 투자” 野 “국회 통제 우회”

예결위 공청회로 821조 예산 심사 돌입해
초과세수 투자·채무 상환 우선순위 공방
기금 찬성 전문가 “지출 변경 한도 보완”
11월 4~5일 정책질의·9~12일 부처 심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예결위 제2차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운용 방식을 놓고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첫날부터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원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쓰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0일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 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미래성장동력과 민생 및 지방성장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미래대응기금은 장기적인 세수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등을 적립해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에 활용하는 기금이다. 정부는 내년 기금 재원 가운데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및 인재 분야 사업에 45조 4000억원을 투입하고,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12조 5000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04조 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공청회에서 경기 대응 여력 확보와 국가채무 관리, 전략적 투자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확장재정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경제성장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늘어난 세수를 나랏빚을 갚는 데 쓰라는 야권 주장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같은 당 이건태 의원도 메모리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의 반도체 등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리가 밀리면 안 된다”며 “그간 역사적으로 지역의 균형발전이 안 돼 왔는데, 이번 기회를 지역균형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된다”고 했다.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청년 취업·창업 지원과 공공임대주택, 장학금 등 기존 예산으로 편성하던 상시적 지출을 기금에 담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 물었다. ‘미래 투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면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지출을 결정할 수 있다며 국회의 통제 약화를 우려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사업비뿐 아니라 여유자금에도 자체변경 한도가 적용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여유자금 약 104조원의 30%인 31조원가량을 국회 통제 없이 지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기금을 보충적인 성격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지출로 쓰게 되면 국회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원을 영구적인 재원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기금 계획의 폐기를 요구했다. 반면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민간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산업 기반에 재정이 선행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일시적인 수입 증가를 전제로 상시적인 지출 의무를 늘리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예결위는 다음 달 4~5일 종합정책질의와 9~12일 부처별 심사를 진행한다.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세부 사업별 증액·감액 심사에 나선다.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 트윅, 무단 전채 및 재배포 금지
연예의 참견
여기 이슈
갓생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