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투수 누구라도 이기면 된다”...플레이오프도 김도영 시리즈
박현진 기자
입력 2026 10 27 09:59
수정 2026 10 27 09:59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1차전. 8회 초 무사 때 KIA 김도영이 2루타를 친 후 달리고 있다. 2026.10.26 대구 연합뉴스
플레이오프도 김도영 시리즈다.
김도영이 KIA 타이거즈에 한국시리즈 진출확률 77.1%를 선물했다. 웬만해선 김도영을 막을 수가 없다. 홈런이 아니어도 김도영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김도영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득점의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5-1 승리를 이끌었다. 테이블세터진이 부진했지만 김도영이 2사 후에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 덕분에 해럴드 카스트로가 넙죽넙죽 3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 투수 크리스 페덱을 무너뜨린 것은 카스트로의 방망이였지만 그를 뒤흔든 것은 김도영의 눈과 발이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투스트라이크에 몰린 가운데서도 빼어난 선구안으로 페덱을 괴롭힌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해 선취점의 발판을 놓았다. 3회에도 되살아나는 듯했던 페덱의 4구째를 잡아당겨 좌익수 방면 안타를 때렸고 이어 카스트로의 2점 홈런이 터졌다.
5회에는 비록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됐지만 무려 13구까지 가는 씨름을 펼쳐 페덱의 진을 빼놨다. 페덱은 플레이오프에서 한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던진 투수가 됐다. 페덱에 앞서 1994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화 이글스 이국성이 태평양 돌핀스 김인호를 상대로, 2000년 플레이오프 3차전에는 삼성 마이크 가르시아가 현대 유니콘스 심재학을 상대로 13개의 공을 던진 적이 있다.
페덱은 이날 4와 3분의 2이닝 동안 21타자를 상대로 모두 94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중 24개를 김도영에게 던져야 했다. 김도영이 얼마나 집요하게 페덱을 물고 늘어졌는지 알 수 있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2루로 도루하고 있다. 2026.10.26 대구 연합뉴스
추가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8회엔 선두타자로 나서 삼성의 불펜 에이스 이승민으로부터 큼지막한 2루타를 뽑아내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1루로 전력질주하지 않고 타구가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지만 아쉽게도 가운데 담장 상단에 맞고 떨어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염경엽 LG 감독은 김도영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김도영의 홈런포에 와르르 무너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슈퍼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김도영을 경계했다. “필요하다면 피해갈 수도 있다”고도 했는데 김도영 앞에 주자를 쌓지 않았음에도 김도영에게 당하고 말았다.
지난해까지 김도영과 한솥밥을 먹었던 삼성의 베테랑 최형우는 “김도영이 잘한다는 말은 이제 지겹다. 전에는 너무 자주 아파서 ‘유리몸’이라고 놀리면서 아프지 않아야 성적도 낼 수 있다고 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픈 곳도 없다. 완벽하다.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평가했는데 김도영은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그런 최고의 찬사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상대 투수 몇 명이 빠졌다고 방심하지는 않는다. 어떤 투수와 상대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게 누구라도 이기면 된다”는 김도영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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