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5·18 민간인 학살 현장에 ‘전두환 업적’ 현수막이…“비인간적 행동”

주남마을에 게시된 친미연합당 현수막. 연합뉴스(독자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광주 주남마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내세운 현수막이 내걸려 관할 지자체가 철거하는 일이 발생했다.

3일 전남광주 동구에 따르면 월남동 주남마을 인근에 게시된 친미연합당 명의의 정당 현수막이 전날 철거됐다. 현수막은 지난달 30일 설치됐으며 게시 기간은 이달 13일까지였다.

이 현수막에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이 담겼다.

‘주남마을 인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 등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는 민원을 접수한 동구는 애초 해당 현수막이 정당명과 연락처, 게시 기간 등 법적 표시 요건을 갖춰 강제 철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민원이 이어지자 통상적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직권으로 철거했다.

또 해당 현수막이 인권 침해나 미풍양속 저해 등을 이유로 표시가 금지되는 광고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행정안전부에 질의한 상태다.

주남마을은 1980년 5월 23일 계엄군이 광주에서 화순 방면으로 이동하던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민간인 17명이 희생된 장소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0여명이 숨졌고, 부상자 2명은 야산으로 끌려가 사살된 뒤 암매장됐다.

한편 같은 내용을 담은 현수막은 광주청사 인근과 서구 동천동, 순천 등에도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순천시는 정당 현수막의 게시 기간과 연락처 표시 등 형식적인 부분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법적으로 철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 서구에서도 같은 이유로 현수막이 게시 기간이 끝날 때까지 걸렸다가 철거된 뒤 다시 게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한 역사적 아픔을 가진 주남마을에 가해자인 전두환의 얼굴을 내건 것은 비인간적인 행동”이라며 “정당 현수막이라는 이유로 철거가 안 된다면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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