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쫓으려 물고문” 10살 조카 학대해 살해한 이모…119엔 “욕조에 빠졌다” 뻔뻔한 거짓말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정연호 기자
입력 2026 10 31 13:36
수정 2026 10 31 13:42
90일의 지옥… 10살 조카 ‘물고문 살인’
조카 죽음으로 몬 ‘물고문 50분’의 진실
개조된 살인 도구… 10살 조카 아동학대 전말
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021년 2월 8일 낮 12시 35분경,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119 상황실로 다급한 구조 요청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인 이모 안모 씨는 “목욕하던 조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10살 여아 서연이(가명)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멈춘 상태였다. 즉각적인 심폐소생술과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료진이 마주한 아이의 상태는 단순 익사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신에 광범위한 피하출혈과 멍 자국이 가득했고 왼쪽 세 번째 갈비뼈는 골절돼 있었다. 심지어 부러진 치아 조각이 식도 내부에서 발견되는 등 지속적이고 참혹한 가해 정황이 드러났다. 아동학대를 직감한 의료진의 신고로 이모 부부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90일간의 위탁 생활, 점진적으로 격화된 엽기적 학대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지내던 서연이는 양육 여건상의 문제로 2020년 11월 이모 집으로 보내졌다. 약 90일간 이어진 위탁 생활의 악몽은 12월부터 본격화됐다. 수사 기관 조사 결과, 이모 부부는 아이에게 나체로 빨래를 시키거나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이듬해 1월부터는 강제로 개 사료와 배설물을 먹게 하는 등 학대의 수위가 엽기적인 수준으로 치달았다.
가해자들은 이 참혹한 과정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남겼다. 밤에는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고정해 벌을 서는 아이를 감시하며 녹화했다. 사망 전날, 갈비뼈 골절로 팔조차 올리지 못하는 조카에게 연기를 한다며 국민체조를 강요하고 4시간가량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사망 1시간 전 촬영된 영상 속 서연이는 장기 손상과 극심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거실에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치밀하게 개조된 범행 도구… 늙은 호박도 부순 치명적 위력경찰이 가해자의 자택에서 압수한 범행 도구는 30여 개에 달했다. 분석 결과, 이들은 신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면서도 자신들의 손은 다치지 않도록 도구를 치밀하게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리채는 휘두를 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타격 면을 잘라냈고, 손잡이에는 테이프를 감아 충격을 흡수하도록 만들었다. 긴소매 티셔츠의 팔 부분을 잘라 옷가지를 채운 뒤 물에 적셔 만든 이른바 ‘옷 뭉치 몽둥이’도 발견됐다.
수사팀이 동일한 조건으로 위력 검증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이 젖은 옷 뭉치 몽둥이는 늙은 호박을 단 3회 타격 만에 금 가게 하고 6회 타격 시 완전히 부서뜨릴 만큼 강력했다. 법의학진은 서연이의 전신에 형태 없이 넓게 퍼진 피하출혈이 바로 이 젖은 옷 뭉치에 의한 타격 흔적이라고 분석했다.
50분간 이어진 물고문과 부검으로 밝혀진 사인의 진실사망 당일인 2월 8일 오전, 이모 부부는 서연이의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보자기와 빨랫줄로 묶고 다리를 비닐봉지로 결박한 채 욕조에 밀어 넣었다. 이들은 카운트다운을 하며 아이 스스로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도록 강요했고,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나오려 하면 강제로 머리를 짓눌렀다. 끔찍한 물고문은 약 50분간 이어졌다.
법의학 부검 결과, 아이의 두개골 내 부비동(나비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확인됐고 후두와 기관지 내부에서는 포말이 발견됐다. 이는 아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호흡하며 물을 들이마셨다는 명백한 익사의 증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의학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피하출혈이 발생해 유효 혈액량이 급감한 ‘속발성 쇼크’, 그리고 물고문에 의한 ‘익사’를 결정적인 사망 원인으로 규정했다.
‘무속 치료’ 변명에도 살인죄 인정… 사법부의 엄중한 단죄재판 과정에서 이모 안모 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조카의 행동을 교정하고 귀신을 쫓기 위한 ‘무속 치료’ 목적이었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법원은 가해자들이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중대한 위험을 인지하고도 엽기적인 고문과 폭행을 지속한 점, 의도적으로 개조된 범행 도구와 삭제된 동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종합해 이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아동학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안모 씨에게 징역 30년을, 범행에 가담한 이모부에게 징역 12년을 확정 선고했다. 한편, 학대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방임하고 무속적 목적의 주술 도구 구입 등에 동조한 친모 역시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법적 단죄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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