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에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 동참을 촉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연합군 추진과 관련해 “우리는 일본과 한국에 각각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독일에도 4만 5000~5만명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과 한국, 독일에 대규모 해외 주둔군을 배치해 안보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동참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해외 주둔군 규모는 실제와 차이가 있다. 주일미군은 5만명, 주한미군은 2만 8500명, 주독미군은 3만 5000명 규모다. 그는 과거에도 주한미군에 대해 4만 5000여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하고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몇몇 나라가 있는데, 곧 이름이 발표될 것이다. (반면) 앞장서 나선 나라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함께 빠르게, 열정적으로 관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바라건대’라며 동참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발언 수위를 높이며 더욱 노골적으로 관련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나아가 주한미군까지 언급하며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향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을 거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 시절과 2024년 대선 당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다만 미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일방적인 감축을 견제하는 장치가 미국 내에도 마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유럽은 이란 전쟁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특히 주독미군이 있는 독일이 먼저 나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전쟁이 계속되는 한 군사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데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연설에서 “영국은 더 확대된 전쟁으로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