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미 연준 의장’이라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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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도 불린다. 대통령이 의장을 임명하지만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의장은 지난 18일 주재한 첫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인상까지 시사했다.

연준의 독립성은 1951년 3월을 시작으로 본다. 당시 미국 정부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비용과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연준에 낮은 금리를 요구했다. 이 과정이 폭로되면서 연준과 재무부가 ‘통화정책에 행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다. 합의 다음 달 의장에 취임한 윌리엄 마틴은 연준의 임무를 “파티가 막 무르익는 순간 술독을 치우는 것”이라 비유했다. 장기적 이익을 위해 인기 없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마틴은 1970년까지 19년간 의장으로 재임했다. 최장 재임이다.

22일 별세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재임 기간(1987~2006년)은 이보다 4개월 정도 짧다. 재임 당시 미 경제는 ‘골디락스’(높은 경제 성장에도 물가가 안정된 상태)였다. ‘마에스트로’(거장)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퇴임 이후 터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불명예도 따라다닌다.

금융위기 때 벤 버냉키 의장은 금리를 0%까지 내려 더 내릴 수 없자 주택저당증권(MBS)까지 사들이는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했다. ‘헬리콥터 벤’이라 불리는 버냉키는 “이례적 상황에 직면한 정책 입안자라면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사고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자서전에 썼다. 코로나19 당시 제롬 파월 의장은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출을 간접지원했다.

달러의 힘을 업고 새로운 정책에 거리낌이 없으니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연준 의장을 예의주시한다.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는 능력만큼은 우리 금융당국도 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경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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