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다시 그려야 할 ‘어장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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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남 일대에 폭염중대경보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바다도 끓고 있다. 전남 완도에서만 양식하던 광어 9만 8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해수온 상승이 수산업을 직격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8년 동안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은 1.60도 올라 전 지구 평균(0.76도)의 두 배를 넘었다. 최근 10년의 상승 속도는 과거의 3배로 가속화되는 중이다.

바다의 변화는 밥상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동해에서는 명태가 씨가 말라 2019년부터 조업이 금지됐다. 대표 어종이던 오징어 어획량은 2020년 8652t에서 2024년 852t으로 90% 넘게 급감했다. 꽁치, 도루묵 같은 한류성 어종도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남해의 갈치는 2008년 1만여t을 정점으로 2024년 3957t까지 줄었고, 참돔·돌돔 등 횟감 어종도 예전만큼 잡히지 않는다. 서해의 대표 어종인 참조기도 계속 감소세. 홍어는 전남 흑산도보다 인천 대청도·백령도에서 더 많이 잡힌다.

적절한 수온을 찾아 어종의 대이동도 시작됐다. 동해 남부의 오징어는 이제 서해에서 더 많이 잡히고, 남해의 멸치·삼치는 서해와 동해까지 어장을 넓혔다. 제주·남해 특산이던 방어는 최근 2년간 동해안 최다 어획 어종이 됐다. 동해의 참다랑어 어획량은 2020년 25t에서 2024년 996t으로 40배 가까이 뛰었다.

새 어종으로 접시를 채우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동해의 참다랑어만 해도 10㎏ 미만 소형 개체가 대부분이라 상품성이 낮고, 국제 쿼터를 넘긴 물량은 버려야 한다. 수온 변화로 서식지가 달라진 복어들은 다른 종과 교배해 ‘잡종 복어’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독성 부위를 예측할 수 없어 식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안전한 섭취를 위한 복어도감’을 펴내기도 했다.

지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은 격세지감이다. 지명에 딱 붙어 고유명사가 된 ‘속초 오징어’, ‘영광 굴비’. 오래된 명칭 조합들을 조만간 크게 손봐야 할지도 모른다.

홍희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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