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정신 안 차릴래?”…日에 대참사 겪은 주장의 쓴소리, 후배들 잡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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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29점 차로 패하며 충격 안겨
“스스로도 실망해…너무 죄송했다”
항저우 때 7위 부진 이번에 만회 노려
“금메달 목표…성적으로 보여줘야”

농구 국가대표팀 주장 이승현이 2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 대한민국선수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6.8.20 진천 뉴스1
농구 국가대표팀 주장 이승현이 2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 대한민국선수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6.8.20 진천 뉴스1


“후배들에게 얘기했어요. 너네들이 더 간절해야지, 왜 내가 더 간절한 것 같냐고.”

한국 농구는 최근 그야말로 ‘대참사’, ‘수모’, ‘굴욕’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붙일 만한 결과를 냈다. 광복절에 치른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0점 차로 패배하며 역대 한일전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이튿날 치른 2차 평가전에서는 29점 차로 더 크게 졌기 때문이다. 소득 없이 한국 농구의 민낯을 마주한 경기였다.

뼈아픈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주장 이승현(울산 현대모비스)의 마음은 더 무거웠다. 삼일절에도 일본에 졌는데 광복절에도 지면서 국민들을 볼 낯이 없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첫 경기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절실하게 뛰지 않는 선수들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이승현이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2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승현은 “팬분들한테 너무 죄송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나왔지만 그게 아예 안 된 것 같아서 저 자신한테도 너무 실망스러웠다”면서 “선수들에게도 ‘너네는 정신 좀 차려라’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농구 국가대표팀 이승현(왼쪽 두 번째)이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D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3.9.30 항저우 연합뉴스
농구 국가대표팀 이승현(왼쪽 두 번째)이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D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3.9.30 항저우 연합뉴스


이승현이 이렇게 강하게 질타한 것은 그 자신이 3년 전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악몽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은 조별리그 2위로 8강 진출전을 치러야 했고 바레인을 꺾고 8강에 올랐지만 중국에 14점 차로 패배하며 메달 근처에도 못 갔다. 그나마 7·8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은 것이 위안이었다. 그는 “항저우는 정말 생각도 하기 싫다”면서 “충격도 컸고 욕도 많이 먹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하다가는 항저우 꼴 난다”는 경고를 날렸다.

9월 10일 1차전을 치르는 남자농구는 다른 종목보다 아시안게임에 먼저 돌입한다. 최근 경기력으로는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첫 단추를 끼우는 임무를 맡은 만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앞선다. 이승현은 “선수들끼리는 매를 먼저 맞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져 있는 분위기를 발판 삼아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을 이기기도 했던 만큼 완전체 전력으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이승현은 “다시 모여서 다시 할 수 있다”면서 “채찍질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그간 대표팀을 뛴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더 적은 이승현이기에 누구보다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렇게 욕심을 내는 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국 농구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거든요. 많은 분이 관심을 주시지만 저희는 이걸로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대표팀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그걸 이뤄놓고 나가야 어린 선수들이 나중에 더 찬란하게 빛날 것 같아서요. 저는 지금 그거밖에 생각이 안 나서 애들한테 얘기했어요. 우리는 금메달이 목표지 다른 게 목표가 아니라고. 성적으로 결과를 보여줘야 국민들도 마음에 들어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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