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가 350마리 낳는다”…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정착 [이슈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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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만항서 성충·알집 발견…국내 번식 확인
항만 밖에서도 발견…강한 번식력에 확산 우려

부산 감만항 인근 하수구에서 발견된 투르키스탄 바퀴. 연합뉴스
부산 감만항 인근 하수구에서 발견된 투르키스탄 바퀴. 연합뉴스


중동과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 바퀴벌레가 부산에 정착해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컷 한 마리가 평생 최대 350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 데다 항만 외부에서도 발견돼 국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학계에 따르면 부산대 생명시스템연구소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연구진은 부산 남구 감만항 일대에서 외래종인 ‘투르키스탄 바퀴’의 국내 정착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다섯 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다 자란 성충뿐 아니라 어린 개체인 약충과 알집까지 모두 발견했다.

이는 단순히 해외에서 유입된 바퀴벌레 몇 마리가 발견된 수준이 아니라 국내 야외 환경에서 번식하며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중동과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빠른 이동 속도 때문에 ‘레드 러너(Red Runner)’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몸길이는 약 3㎝이며 검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강한 번식력이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약 220일이면 성충으로 성장하며, 암컷 한 마리가 평생 약 350마리의 약충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파충류나 절지류의 먹이용 곤충으로 반입·유통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부산의 비교적 온화한 겨울 기후가 외래 바퀴벌레의 정착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의 평년 겨울 평균기온은 3.6~5.8도로 중부지방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감만항 일대는 기온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추위에 취약한 외래종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바퀴벌레의 서식지가 항만 내부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감만항 외부 공원에서도 투르키스탄 바퀴를 발견했다. 다만 현재까지 얼마나 넓은 지역으로 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수구에 연결된 가정관 안에 서식하는 바퀴벌레들. 유튜브 영상 캡처
하수구에 연결된 가정관 안에 서식하는 바퀴벌레들. 유튜브 영상 캡처


감만항의 하수구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서는 투르키스탄 바퀴와 함께 국내에 서식하는 먹바퀴도 관찰됐다.

두 종이 같은 공간에서 서식하는 만큼 먹이와 서식지를 둘러싼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투르키스탄 바퀴는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기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일반적인 바퀴벌레와 마찬가지로 도시 환경에서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해충으로 분류된다. 하수구나 음식물 쓰레기 주변처럼 먹이와 은신처가 있는 환경에서 발견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이미 유입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투르키스탄 바퀴가 발견되면서 외래 해충의 정착과 확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연구진은 항만을 통한 국제 물류 이동이 국내 유입 경로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투르키스탄 바퀴가 감만항 인근에 출현한 점은 항만 운송이 유입 경로이고 이미 국내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유입 경로가 항만 운송인지, 먹이용으로 유통되던 개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방제 방식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바퀴벌레가 발견됐다고 야외에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뿌릴 경우 다른 곤충과 주변 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무조건적인 살충제 사용보다는 서식 현황 조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먹이원 제거, 미끼를 이용한 방제 등을 병행하는 ‘통합적 해충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밀폐해 보관하고 하수구와 배수구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등 바퀴벌레의 먹이와 은신처를 줄이는 관리가 중요하다.

투르키스탄 바퀴의 국내 정착이 확인된 가운데 항만 외부에서도 개체가 발견되면서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확한 서식 범위를 파악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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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키스탄 바퀴가 부산에서 번식 중임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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