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에 학사모 쓴 ‘만학도 할머니’…“나이 많아도 배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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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세에 한글 배워 중·고교, 대학 졸업
2년간 왕복 6시간 통학·손글씨 리포트
“알수록 더 어렵다”… 아동학 연계전공 재도전

김정자(왼쪽)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온 32세 손녀가 27일 숙명여대 사회교육관 강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김 할머니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입을 맞추고 있다. 김신우 수습기자
김정자(왼쪽)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온 32세 손녀가 27일 숙명여대 사회교육관 강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김 할머니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입을 맞추고 있다. 김신우 수습기자


“나이 많아도 배워야 합니다. 첫발만 디디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더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이제는 아동학 공부를 새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졸업식. 미래교육원 강당 인근 강의실에서 만난 졸업생 김정자(85) 할머니는 학사모를 단단히 눌러 쓴 채 또박또박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2년간의 학위 과정을 마치고 이날 당당히 졸업장을 손에 들었다. 두 손으로 꼭 쥔 졸업장은 그의 시간을 증명하듯 묵직해 보였다.

76세에 처음 한글을 배우며 배움의 문을 연 그는 이후 중·고등학교를 차례로 졸업했다. 늦깎이 학생은 멈추지 않았다. 2년 전 이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마침내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할머니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캠퍼스에서 만난 ‘젊은 벗들’을 이야기할 때면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책가방을 번쩍 들어주고, 택시도 대신 잡아줬다. 바람 부는 날이면 ‘할머니,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하면서 역까지 데려다주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80대의 대학 생활이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편도 3시간이 훌쩍 넘었다. 처음 한 달은 수업 내용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한다. 컴퓨터가 없어 리포트를 손으로 꾹꾹 눌러 쓰던 날들. 글자를 또박또박 적다 보면 하루가 저물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렸고, 집에 돌아와서는 노트를 펼쳐 복습을 거듭했다. 그는 “첫 방학 무렵부터는 조금씩 이해가 됐다. 그때부터 재미가 붙었다”면서 “많이 도와준 교수님과 동기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졸업 기뻐하는 김정자 할머니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이었던 김정자(가운데·85) 할머니가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학위수여식에서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왼쪽), 유종숙 미래교육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7 뉴스1
졸업 기뻐하는 김정자 할머니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이었던 김정자(가운데·85) 할머니가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학위수여식에서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왼쪽), 유종숙 미래교육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7 뉴스1


그의 도전은 가족과 동기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32세 손녀는 “할머니의 노력이 큰 영감을 줬다”며 “나이가 어떻든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고 전했다. 함께 졸업한 이형덕(68)씨도 “처음엔 어설퍼서 힘들었지만, 동기들 도움 덕에 행복한 대학 생활을 했다”며 “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한 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배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아동학 연계전공(4년제)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알면 알수록 공부는 더 어려워진다”며 “그래서 나이가 많을수록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 공부를 시작하면 한부모 가정 아이들과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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