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눈물 흘린 순간”…임윤찬, 후기 걸작으로 시작한 ‘모차르트 순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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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를 하고 있다. ⓒShin-joong Kim·목프로덕션 제공
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를 하고 있다. ⓒShin-joong Kim·목프로덕션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모차르트를 들으며 눈물 흘린 순간들이 몇 번 있다”고 프로그램에 적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와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피아노 협주곡 24번 c단조(K.491)와 25번 C장조(K.503), 26번 D장조(K.537)를 꼽았다.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Ch’io mi scordi di te?)는 “지난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를 주었던 곡”이라고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도 했다.

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 &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공연은 이 곡을 출발점 삼아 기획됐다.

이날 공연은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맞아 임윤찬이 직접 프로그램을 짠 ‘올 모차르트’ 무대이자 내년까지 이어지는 ‘모차르트 순례’의 시작이었다. 순례의 문을 연 한국·일본 투어는 임윤찬과 모차르트 해석으로 명성 높은 실내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와 함께 모차르트의 후기 걸작으로 구성했다. 일본 도쿄 예술극장 콘서트홀(9일)과 산토리홀(11일)에 이어 이날 서울에서 투어의 막을 내렸다.

이날 임윤찬은 검은색 정장 차림에 오른쪽 가슴엔 티파니앤코의 ‘버드 온 어 록’ 브로치를 달고 등장했다. 평소 모습을 떠올리면 꽤나 ‘화려한’ 모습이었다.

협주곡 25번 1악장에서 그는 오케스트라의 긴 도입부 내내 연주자들을 응시하고 박자를 맞추며 발을 구르는 여유를 보였다. 피아노 부분으로 들어가면서 늘 그렇듯 악보를 성실하게 풀어내는 모범생처럼 또렷하게 건반을 누르고, 관악기가 앞설 땐 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대화를 나누듯 소리를 조율했다. 오른손 홀로 멜로디를 칠 때 왼손으로 박자를 타는 볼거리까지, 임윤찬의 25번은 시각과 청각, C장조의 밝음 이면에 깃든 ‘투명한 눈물’을 과장 없이 드러냈다.

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주로 소프라노 임선혜(왼쪽)가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Ch’io mi scordi di te?)를 부르고 있다. ⓒShin-joong Kim·목프로덕션 제공
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주로 소프라노 임선혜(왼쪽)가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Ch’io mi scordi di te?)를 부르고 있다. ⓒShin-joong Kim·목프로덕션 제공


2부 첫 곡 ‘어찌 그대를 잊으리’는 ‘피가로의 결혼’ 초연에서 지적인 하녀 수잔나를 맡았던 소프라노 낸시 스토라체의 고별 무대를 위해 모차르트가 쓴 작품이다. 현악기로만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또 중간중간 비어 있는 악보에 임윤찬이 피아노 반주를 채워 넣으며 통주저음(즉흥으로 화음을 채우는 연주)을 겸하던 바로크의 자유를 복원했다.

임윤찬은 주인공 자리에서 한발 비껴나 반주하며 임선혜를 바라봤고, 그의 공연에서 옆모습만 보던 앞 객석 관객에게는 정면 표정을 마주할 흔치 않은 순간이기도 했다. 임선혜는 앙코르 무대에 올라 가곡 ‘황혼의 감상’(Abendempfindung)을 선사했다. “흔치 않은 풍천 임씨의 유대감”(임윤찬)이라는 둘의 앙상블은 무대 위에서 폭넓고 충분히 다채로웠다.

마지막 협주곡 24번은 장조보다 힘 있는 단조의 정서로 단단했다. 모차르트가 단조로 쓴 단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로, 반음계적 진행이 미묘한 긴장과 탄식을 빚어낸다. 원래 프로그램은 아리아와 협주곡 24번을 1부에 배치했지만 한 달 전쯤 임윤찬이 순서를 바꿨다. 장조인 25번을 끝에 두어 격정으로 마칠 법도 했지만 빛과 그늘을 의도적으로 대비시킨 이 순서는, 그를 울리고 위로를 주었던 모차르트의 화법을 담아내는 역할을 했을 듯하다.

74년 전통을 가진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이날 30여명의 단출한 편성으로 세 곡을 소화하며 풍부한 질감을 빚었고, 관악기와 팀파니는 바로크 시대의 투박한 느낌을 살리는 해석을 더했다.

임윤찬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무대를 비우지 않았다. 협연자는 한 곡만 연주하고 퇴장한다는 보통의 공식에서 벗어난,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알찬 음악회였다.

이날 순례의 첫 장을 넘긴 그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을 오가는 ‘피아노 소나타 전곡’,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의 ‘올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대장정을 완성한다.

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오른쪽), 카메라타 잘츠부르크가 함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후기 걸작을 선보였다. ⓒShin-joong Kim·목프로덕션 제공
6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티파니앤코와 함께하는 임윤찬&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오른쪽), 카메라타 잘츠부르크가 함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후기 걸작을 선보였다. ⓒShin-joong Kim·목프로덕션 제공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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