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 “시를 자유롭게 오독해서 보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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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100년 꿰어낸 산문집 발표
김소월·윤동주 등 67명 68편 수록

시인 박준이 새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를 펼치고 있다.
난다 제공
시인 박준이 새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를 펼치고 있다. 난다 제공


“자유로운 시인의 영혼이 어디까지 시를 오독(誤讀)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시인은 시를 읽을 때도 ‘시적’(詩的)이다. 낱말과 문장을 쥐고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읽는다. 시인 박준(43)이 새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난다)로 돌아왔다. 한국 현대시 100년의 역사를 박준의 눈으로 꿰어낸 책이다. 저자를 포함해 시인 총 67명의 작품 68편이 수록됐다. 김소월, 백석, 윤동주부터 이제 막 등단한 신인 김남주까지. 시인이면서 동시에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시집을 만들었던 편집자였던 박준의 안목으로 엄선한 시가 그의 문장과 어우러진다.

“저는 비평가나 연구자가 아니기에 제 글은 시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해석’을 선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시를 읽고 이렇게까지 ‘멀리’ 감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요즘 독자들이 시를 참 좋아하죠. 하지만 동시에 ‘어렵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분석과 감상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그 구별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던 의지도 제 책에 담겨 있습니다.”

박준은 일제강점기 문인이었던 김명순(1896~1951)의 시로 책의 문을 연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로 불리는 김명순의 ‘유언’을 받아내는 박준의 글 제목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다. 박준이 시를 해설해 줄 걸로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 들면 다소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겠다. 박준은 자기만의 감각으로 시를 읽어낸 뒤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문장을 써내고 있다. 그렇게 완성한 산문은 원래 시와는 아주 다른 결로 읽힌다.

박준은 2008년 등단한 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등의 시집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등의 산문집이 크게 성공하며 사랑받은 작가다. 이번 산문집을 묶어 낸 소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에는 새로워지는 것과 여전한 것이 공존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의 말처럼 시인들은 저마다 개인의 작업을 펼쳤지만, 그것이 모여 하나의 큰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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