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사라지면서 여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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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장독대’충남 예산. 2020.
이순자 ‘장독대’
충남 예산. 2020.


‘여담’이 덤으로 하는 이야기를 뜻하니, ‘팔도여담’은 우리나라 팔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2015년에 사진모임 닷클럽이 팔도여담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년 참여 사진가들이 우리나라의 한 지역을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 주제별로 나누어 기록한 후, 연말이면 사진집과 전시로 선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그 전례 없는 프로젝트가 실현될지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었다.

2016년 첫 출사지를 경북 지역으로 정하고 그해 연말 전시와 사진집으로 첫걸음을 뗐다. 2017년 강원·제주에 이어 전북, 충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경기, 서울·인천까지, 코로나 기간에도 멈춤 없이 10년을 지속했다. 처음 20명의 참여 작가로 시작했던 프로젝트에 백낙길, 석정, 윤길중, 이순자, 임경희, 지수연 등 최종 6명의 작가가 남았으니, 과정의 지난함이 어떠했을지를 가늠케 된다. 닷클럽 작가들이 팔도여담을 통해 주목한 것은,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풍경과 사물, 사람살이의 모습이었다.

한때는 번성했을 것이나 지금은 가뭇없이 허물어져 가는 지방소멸의 흔적들은 서둘러 기록해야 할 대상이었고, 현대성에 밀려 빠르게 사라져 가는 마을과 건물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지역의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개인들의 다양한 퍼포먼스들 역시, 오늘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버네큘러가 더해져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여전히 흙에 기대어 살아가는 농촌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을 비롯해 장독대와 대문들조차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형태와 서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것들이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사라져 가는 것을 생각하면, 달마다 팔도를 넘나드는 행보를 멈출 수가 없었다. 오직 ‘장독대’만을 눈여김하고 기록한 사진가 이순자가 프로젝트의 끝까지를 함께해 낸 이유다.

2025년을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팔도여담의 사진들은 이제 닷클럽 사진가들의 집념 어린 행보가 이루어 낸 우리 땅의 기록문화로서 그 이름의 값진 결과를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이다.

박미경 류가헌 갤러리 관장

박미경 류가헌 갤러리 관장
박미경 류가헌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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