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 다 거기서 거기” 느낌 아니라 과학이었네 [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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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악 다 거기서 거기 아냐?” 기성 세대들이 요즘 아이돌 음악을 들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보 이론에 기반한 통계적 분석 결과 실제로 20세기 중후반부터 음악의 많은 장르가 복잡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탈리아 투시아대 법·사회·교육학과, 로마 사피엔자대 컴퓨터·제어·산업공학과, 컴퓨터과학과, 파도바대 수학과 공동 연구팀은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과거보다 단순해지고 정형화됐으며 복잡성 측면에서도 팝이나 록과 같은 장르와 비슷해졌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4월 24일 자에 실렸다.

이탈리아의 인문학자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중후반 들어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과거보다 단순하고 정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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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인문학자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중후반 들어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과거보다 단순하고 정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기존의 많은 연구는 최근 대중가요의 가사나 선율이 단순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복잡한 장르로 간주돼 온 클래식과 재즈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1600년부터 2021년 사이에 작곡된 클래식과 재즈 음악 2만 1480곡을 대상으로 선율(멜로디)과 화성(하모니)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음악을 일종의 시계열 데이터로 바꾼 뒤 ‘샤논 엔트로피’를 측정했다. 샤논 엔트로피는 정보 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샤논이 열역학의 엔트로피 개념을 빌려 1948년에 정립한 것으로 어떤 확률 변수가 가질 수 있는 정보량의 기댓값을 의미한다. 샤논 엔트로피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정보를 얻었는가, 얼마나 놀라운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내일 동쪽에서 해가 뜬다’ 같은 정보는 놀라움이 없으므로 샤논 엔트로피는 매우 낮게 나타나며, ‘내일 서울에 운석이 떨어진다’ 같은 정보는 매우 드물고 예측하기 힘들어 정보의 놀라움이 크다. 그래서 이런 예측 불가한 정보는 샤논 엔트로피가 높게 나타난다. 음악으로 따지면 화성 진행이나 선율의 도약이 예측 불가능할수록 엔트로피는 높게 측정되며 특정 코드 진행과 반복 빈도가 높을 경우 엔트로피는 낮아진다.

그 결과 클래식 음악의 복잡성은 1900년 이전까지는 시기별로 증감이 반복됐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복잡성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즈 음악 역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복잡성이 정점에 달했고 그 이후부터는 정형화하고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중 음악뿐만 아니라 클래식과 재즈 같은 음악 장르들도 20세기 중반 이후 단순화, 동질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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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뿐만 아니라 클래식과 재즈 같은 음악 장르들도 20세기 중반 이후 단순화, 동질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전반적으로 20세기 초반의 클래식과 재즈 작품들은 20세기 전체를 통틀어 팝, 록, 일렉트로닉, 힙합보다 더 높은 복잡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클래식과 재즈의 구조와 화성이 다른 장르와 유사해지면서 그 복잡성 수준이 여타 장르와 닮아가는 양상을 띠었다. 이는 음악 제작 소프트웨어와 샘플링 기술 같은 음악 분야에서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창작 진입 장벽은 낮췄지만 알고리즘에 의한 검증된 흥행 공식의 복제가 늘어나면서 생태학에서 종 다양성 감소와 같은 현상이 음악 분야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가사, 프로듀싱, 사운드 디자인, 문화적 맥락 같은 다른 복잡성 요소들은 제외하고 선율과 화성만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음악이 단순화하고 정형화됐다고 해서 음악적 창의성이 결여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니콜로 디 마르코 투시아대 교수는 “음악의 디지털화가 아티스트들의 기존 녹음 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하기 쉽게 만듦으로써 서로 다른 장르 간의 작곡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의 작곡가들은 화성 이외의 음악적 특성을 통해 복잡성을 표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선율, 가사 내용, 박자 기호 등 곡 구조의 다각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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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음악의 복잡성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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