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앵무새 깃털 하나가 알려준 놀라운 이야기 [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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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는 지능이 높고 여러 기능이 발달해 있으며,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가장 잘 알려졌다. 또, 공작만큼 깃털 색깔이 곱고 아름다워 많은 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에서는 앵무새의 깃털이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깃털들이 안데스를 넘어 남미 지역 전역을 이동한 구체적 경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잉카제국보다 앞선 남미 고대 문화에서 살아있는 동물 무역이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페루 아마존 지역에 서식하는 홍금강 앵무

호주 국립대 제공
잉카제국보다 앞선 남미 고대 문화에서 살아있는 동물 무역이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페루 아마존 지역에 서식하는 홍금강 앵무 호주 국립대 제공


이런 가운데 호주 국립대 환경·사회학부, 원주민 유전체 연구센터, 아델라이드대 생명과학부, 국립 아동 연구소,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생명과학·의학부, 스페인 아라이드(ARAID) 재단, 사라고사대 환경과학연구소, 페루 안토니오 루이스 데 몬토야대 인간과학부, 미국 서던 일리노이대 인류·정치·사회학부 공동 연구팀은 고대 페루인들이 앵무새의 깃털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앵무새를 안데스 산맥 너머로 운반하는 동물 무역을 한 흔적을 찾았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월 11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안데스 문명의 주요 종교 중심지 중 하나로 태평양과 인접한 페루 파차카막의 이츠마 고위층 무덤에서 발굴된 깃털을 분석했다. 해당 지역의 무덤들은 1000~1470년 경의 것으로, 발굴된 깃털은 의례용 머리 장식의 일부로 여전히 선명한 파란색과 녹색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DNA 분석, 동위원소 분석, 지형 경관 모델링 기술을 결합해 깃털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금강앵무, 홍금강앵무, 청금강앵무, 아마존앵무 앵무새 4종의 깃털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이 종 모두 안데스 산맥 동쪽 저지대 열대우림에서 서식한다. 또 페루 연안 바닷새로 목테갈매기로 알려진 세이빈갈매기의 흰 깃털도 한 점 발견돼, 새들이 함께 매장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깃털 내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 깃털을 가진 앵무새들이 야생에서 포획됐으며, 동위원소 데이터는 이들이 죽기 전 C4 식물인 옥수수와 해양 단백질들을 섭취했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깃털이 뽑힌 상태가 아니라 상당 기간 사육된 앵무새에서 나온 것이다.

앵무새 등의 화려한 깃털은 의례용 머리 장식의 일부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1000년 전 남미 고위층 무덤에서 발굴된 새 깃털(사진)은 여전히 선명한 색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주 국립대 제공
앵무새 등의 화려한 깃털은 의례용 머리 장식의 일부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1000년 전 남미 고위층 무덤에서 발굴된 새 깃털(사진)은 여전히 선명한 색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주 국립대 제공


연구팀은 이런 자료를 공간 모델에 적용한 결과, 앵무새들이 안데스 산맥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가지 경로가 도출됐다. 하나는 이츠마를 북부 해안과 연결하는 북부 경로, 다른 하나는 안데스를 동쪽으로 횡단하는 중앙 경로다. 이 경로들을 따라 이동하려면 험난한 고갯길과 가파른 고원을 통과해야 해서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다시 고대 서식지 모델링을 한 결과 안데스 서쪽은 1000년 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앵무새들 서식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앵무새들의 자연 서식 및 이동 범위는 약 150㎞에 불과한데, 이들이 남미 최고봉 산맥 반대편 500㎞ 떨어진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인간의 개입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외부 DNA 오염을 막기 위한 클린룸 환경에서 연구자들이 고대 DNA를 추출하고 있다.

호주 고대 DNA 연구센터(ACAD) 제공
외부 DNA 오염을 막기 위한 클린룸 환경에서 연구자들이 고대 DNA를 추출하고 있다. 호주 고대 DNA 연구센터(ACAD) 제공


연구를 이끈 조지 올라 호주 국립대 박사는 “이번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며 “우선 잉카제국보다 수백 년 앞선 이츠마 문화가 아마존 우림-안데스 고산-태평양 사막 연안을 아우르는 광역 교역 시스템을 이미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유전적, 화학적 증거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라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의 깃털을 채취해 거래한 것이 아니라 새를 살아있는 채로 험한 산을 넘겨 수개월간 사육했다는 점은 당시 사회의 높은 조직력과 동물 관리 기술을 보여준다”며 “수백~수천 년 된 깃털에서 고대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전 세계 고고학 유기물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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