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윤석열 포청천” 화환 재등장…지지자 연호 속 尹이 한 말(종합)
강주리 기자
입력 2021 03 03 16:50
수정 2021 03 03 17:51
윤석열 대구고검 방문 현장 지지자 몰려
尹, 정계 진출 묻자 “이 자리서 드릴 말씀 아냐”“윤석열! 윤석열!” 지지자 100여명 尹 연호
‘윤석열 총장님 사랑해요’ 등 피켓·플래카드
“공무원이 정치한다” 일각선 비판 목소리도
尹 “고향에 온 기분”…좌천성 인사 때 근무 인연
대구시장, 尹에 “총장님 행보 응원한다”
지지자 손팻말에 ‘윤석열 대통령’ 등장윤 총장의 방문이 예정된 대구고검에는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전부터 지지자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대구고검 앞에는 전국에서 보낸 ‘윤석열 포청천’이라고 적힌 수십개의 응원 화환이 줄을 이었고 ‘윤석열 총장님 파이팅, 사랑해요’, ‘대한민국 검찰 만세, 윤석열 총장님 만세’, ‘윤석열 대통령’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도 등장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대로 도착했다. 그는 대구고검 현관에 도착하기 전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권 시장은 “헌법과 법치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총장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 한 사람으로서 행보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윤 총장을 반겼다.
윤 총장은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권 시장과 명함을 교환하고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윤 총장이 대구고검 현관 앞에 하차하자 순식간에 지지자들이 포토라인 안으로 몰려들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지자들은 윤 총장의 모습이 보이자 사진을 찍으며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윤 총장 뒤에서 “윤석열”을 연호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공무원이 정치한다”며 윤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박근혜 감방 보낸 윤석열은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자중하라” 정총리에 “드릴 말씀 없다”
박범계 만날 의향엔 아예 답변 안 해
포토라인에 선 윤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재차 비판했다.
윤 총장은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부패 대응은 적법 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면서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정치권에서 역할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자신을 향해 “공직자가 아닌 정치인 같다. 자중하라”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바톤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예 답변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향후 대응 방안에는 “검찰 내부 의견이 올라오면 검사장 회의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중수청 강행 저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윤 총장은 마중 나온 장영수 대구고검장, 조재연 대구지검장과 악수를 한 뒤 고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뒤 좌천성 인사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정직 징계 처분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12월 24일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갖는 첫 공개 일정이다.
그는 대구 방문의 의미에 대해 “제가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고, 이곳에서 특수부장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라면서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뒤 좌천성 인사를 당해 대구고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 시장 투명성·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정부패 방지 시스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구지방법원장 예방, 검찰 직원과 만찬 등 일정도 마무리한 뒤 늦은 오후 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다 빼가라…수사·기소 융합 지켜야”윤 총장은 이날 이틀째 이어진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의 검찰개혁을 맹비난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를 다 빼도 좋다. 그러나 부패범죄에 대한 역량은 수사·기소를 융합해 지켜내야 한다”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 총장은 또 여권을 향해 “나를 내쫓고 싶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전날에 이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기 위해서라면 100번이라도 직을 걸겠다”고 밝혔었다.
윤 총장은 “국가가 범죄를 왜 수사하는가. 그게 안 되면 국민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민 세금을 거둬서 수사하는 것”이라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의 검찰 네트워크는 법무부 장관 휘하로 다 빠져나가도 된다. 장관 아래 있더라도 수사와 기소를 합쳐서 부패범죄 대응역량은 강화하자는 뜻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아선 안돼…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
이어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 등의 형태로라도 수사와 기소를 융합해 주요 사건을 처리하고 주요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결국 국민들에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짚으며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힘 있는 어떤 사람이 법을 지키겠나”라고 반문했다.
윤 총장은 “검찰은 힘 없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세도가들의 갑질과 반칙을 벌해서 힘 없는 사람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영역만 남아 있다”면서 “그것마저 박탈하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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